인류 사상 최초의 혜성과의 충돌 실험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 4일 새벽 1시52분(한국시간 4일 오후 2시52분) 우주에서 펼쳐진다. 이번 충돌로 지구에 생명을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혜성'의 신비가 다소나마 풀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월12일 쏘아올린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호가 5개월22일 동안 우주바다를 항진,혜성 '템펠 1호'에 이르렀으며 3일 새벽 2시7분(한국시간 오후 3시7분) 길이 1m,무게 370kg의 충돌체 '임팩터'를 본체와 분리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충돌은 어떻게 이뤄지나=구리와 알루미늄 등으로 이뤄진 임팩터는 24시간 항해한 뒤 혜성 템펠 1호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임팩터는 시속 3만 7000㎞의 속도로 달려 수만㎞의 속도로 마주오는 템펠1과 충돌하게 된다. 이 충격으로 템펠1 표면에는 축구장 넓이의 '크레이터'(구덩이)가 만들어진다. 충돌 때 나오는 에너지는 TNT 5000t을 터트렸을 때와 맞먹는다. 충돌이 이뤄지고 난 뒤 파편들이 튀면서 가스와 먼지들이 방출된다. 이 가스와 먼지들은 본체에 실린 두 대의 망원경이 촬영하고 분광기가 분석하고 충돌체에도 카메라가 부착돼 있어 근접 촬영을 하게 된다. ◆우주의 비밀은 풀리나=과학자들은 이번 충돌로 혜성의 내부 물질이 무엇으로 이뤄졌으며 구덩이 핵의 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을 계기로 태양계가 탄생한 46억년 전 당시의 상황과 당시 존재했던 물질들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들은 아직도 혜성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며 단지 혜성이 내뿜는 먼지와 가스를 통해서만 일부분만 알아내고 있다. 특히 혜성이 지구에 운석을 떨어뜨리게 하면서 물과 유기물 복합체 등을 만들어 생명의 기원을 제공한 존재로 추측되고 있어 인류 근원을 밝힐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국에서는 관측되나=미국 현지에서는 밤 날씨가 맑을 경우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위성이 충돌하는 곳과 반대 편에 위치하고 있고 낮 시간대이어서 관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에 위치한 직경 1m급 광학망원경을 활용해 충돌 장면을 촬영한 다음 우리나라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할 예정이다. 천문연은 또 소백산 천문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관측소의 관측시설을 통해 충돌 전후 상황을 살펴보고 보현산 천문대의 1.8m 망원경과 고분산 분광기를 이용,스펙트럼 관측 및 혜성의 화학적 특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