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애완견 구입 실패담 ‥ 김연신 <한국선박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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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신 < 한국선박운용 사장 ·enlinje@dreamwiz.com >
노르웨이에서 가족과 같이 살 때 일이다.
아직 어렸던 아이들이 강아지를 사서 기르자고 졸랐다.
허락을 하고 신문광고를 뒤져 보니 강아지를 팔겠다는 광고가 가끔 눈에 띄었지만 대개 50만원이 넘었다.
주재원 봉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액수였다.
다시 신문을 찾아 본 결과 25만원에 팔겠다는 광고가 있어 얼른 연락하고 그 집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송아지 만한 개가 반갑다고 덤벼드는 데 집사람이 "어머"하며 뒷걸음질했다.
거실에는 잘생긴 개의 사진이 귀족 초상화처럼 걸려 있었고 마당에는 서른 마리도 넘는 크고 작은 개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개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덕성스럽게 생긴 노르웨이 아주머니가 "어서오라"고 하며 우리를 맞았다.
팔려고 하는 강아지는 보여주지도 않은 채 인터뷰가 시작됐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한국은 개를 먹는다는데 혹시 키워서 먹는 것 아니냐? 퇴근 시간이 어떻게 되느냐? 사는 집이 아파트냐,단독 주택이냐? 팔려는 강아지는 모두 여섯 형제며 해마다 일정한 날에 다같이 모인다.
이 형제 강아지들이 만나는 날 참가할 수 있느냐? 이 나라에는 얼마나 더 있을 것이냐? 출국시에는 무조건 원래 주인인 나한테 개를 돌려줄 수 있겠느냐?'
문답이 진행되는 동안 온 집안에 가득한 강아지와 개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왕왕 짖어대는 대소동이 계속됐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 개들의 주인 아주머니는 엄숙하게 판정을 내렸다.
"나는 당신네 가족에게 강아지를 팔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바깥양반이 퇴근을 너무 늦게 한다. 개라는 것은 날마다 산책을 해야 하는데 바깥양반이 늦게 퇴근하면 안사람이라도 개를 산책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면접장,아니 우리 집에 들어올 때 보니 당신 부인은 개가 반갑다고 안기는 데도 뒤로 물러섰다. 이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그러므로 내가 이 강아지를 팔면 매일 산책을 못 하는 불행한 개가 될 것이다.미안하다.돌아가라."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대단히 실망했다.
한 달쯤 뒤 그 아주머니를 공원에서 만났다.
서른 마리의 개를 줄에 묶어서 마치 소대 병력 훈련시키듯이 눈 오는 공원을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