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자산 200억달러를 굴리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금융계 서울고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다.


59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명문고답게 금융계에 폭 넓게 포진한 이 학교 출신 인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서울고 출신의 금융계 핵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서울고 17회 동기동창들은 그를 선이 굵고 성실한 수재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대법대에 진학,학생회장을 지냈으며 옛 한일은행에 잠시 근무하다 고시를 준비,1년 만에 수석 합격한 일화를 갖고 있다.


KIC의 지휘봉을 잡은 이강원 사장은 서울고 21회로 윤 위원장의 4년 후배다.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LG투자신탁운용 사장,외환은행장,굿모닝신한증권 사장 등을 지냈다.


윤 위원장과 이 사장 외에 대표적 서울고 출신 금융인으로는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과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꼽힌다.


황 회장과 최 사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둘 다 서울고 23회 동기로 서울대(황 회장은 무역학과,최 사장은 경제학과)를 나란히 나온 사이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금융계에서 이력을 쌓으면서 우정을 나눠온 막역한 관계.하지만 두 사람은 올 1월 최 사장이 우리금융 지분 79%를 보유한 예보 사장에 취임하면서 대주주와 경영진으로서 '감독-피감독' 관계에 놓였다.


우리금융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과다 부여 논란 때는 정반대 입장을 취해 두 사람의 얽힌 인연이 새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 유지홍 조흥은행 감사,김용덕 뉴욕은행 서울대표,현용구 외환은행 상무,인호 산업은행 이사,배학 한국씨티은행 부행장,김경홍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등이 은행권에서 활약하는 서울고 인맥들이다.


김용덕 대표는 "당시 서울대가 서울고등학교의 본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서울고는 서울대에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며 경기고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고로 통했다"며 "인재들이 서울고에 많이 몰렸던 만큼 금융계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서울고 출신들은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특히 이들은 '서증회'라는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


증권맨 출신인 황영기 회장과 이강원 사장을 비롯 유화증권 대주주 일가인 윤경립 사장,김형진 교보투신운용 사장 등이 서증회의 주축이다.


김용규 전 동원증권 부회장이 서증회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최택상 우리투자증권 부사장, 이명훈 증권예탁결제원 결제본부장,김강수 한국증권업협회 이사,이성로 굿모닝신한증권 감사,마동훈 SK증권 상무,양호철 모건스탠리 한국대표,서동원 동양종합금융증권 기업금융본부장,김석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 등이 증권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울고 인맥들이다.


이 밖에 이재동 글로벌애셋자산운용 회장,김용대 CJ투자증권 감사,송승욱 미래에셋파트너스 대표,이재창 한국펀드평가 부사장,김경식 푸르덴셜투자증권 증권법인본부장,JP모건증권 김경휘 상무 등도 서증회 멤버들이다.


금융계는 아니지만 전윤철 감사원장(서울고 11회)도 서증회의 멤버로 가입돼 있다.


하지만 모임에서 얼굴을 보기는 힘들다는 게 서증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증권가의 서울고 인맥은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8회) 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론이다.


한국개발연구원장과 대통령 경제수석,금융연구원장을 지낸 박영철 고려대 교수(10회)도 서울고 출신 금융계 인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백광엽·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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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인맥'은 손글씨 작가(캘리그라퍼)인 김종건님이 써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