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가 국력에 걸맞은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외교통상부에서 고시 출신이 아닌 여성으로 첫 국장이 된 강경화 국제기구정책관(50).그는 주유엔대표부에서 4년간 여성 및 사회 분야를 담당하다가 다자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 임명됐다.


강 정책관은 "한국이 1991년 유엔에 가입했지만 유엔의 거의 모든 자리를 다른 나라들이 맡고 있다"며 "회원국 중 11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고 경제력도 10위권에 들어간 만큼 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유엔 무대에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올초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제49차 정기 회의를 매끄럽게 치러낸 것.이 회의는 여성 지위 향상에 기념비적 행사였던 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형 회의로 90명이 넘는 각료급이 참석했다.


강 정책관은 "외교관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 여성 외교관들은 의전 양자 다자외교 할 것 없이 아주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 후 미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영어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어통역을 3년이나 전담했다.


국회의장실에서 근무하다 세종대학교 교수를 거쳐 98년 7월 외교부 별정직으로 특별 채용됐다.


그후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을 지내다 김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것이다.


후배 여성 외교관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젊은 시절 결혼과 외교관으로서의 경력 관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자격이 안 된다"며 "능력만으로 보면 그들은 모두 일당백(一當百)"이라고 치켜세웠다.


유엔대표부 시절 연세대 교수인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세 자녀를 키운 그는 "부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애들을 방목하다 보니 독립심은 커졌다"고 소개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