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형 공단인 남동 반월 시화 산업단지가 빠르게 임차공단으로 변하고 있다.기존 공장의 한 켠에 세들어 생산시설만 들여놓은 영세 중소기업이 공단내 전체기업의 40~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3개 단지의 임차기업은 해마다 평균 20%씩 늘고 있다.


이로인해남동산업단지의 경우 임차기업이 2039개로 전체 가동업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고 반월 시화 역시 절반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급증하는 임차기업


임대업을 영위하는 업체도 급증하고 있다. 남동의 경우 부동산 전문임대업체가 324개,제조업과 임대업을 병행하는 업체가 1700개나 된다. 임대단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지난 2000년에만 해도 남동산업단지 입주기업이 3144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 가운데 3분의 2가 임대업체로 전환하거나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4월 입주기업은 4040개로 5년새 약900개가 늘었는데 그 사이에 증가한 업체는 대부분 임차기업이다.


시화에는 입주기업 4520개 중 임대업 등록을 한 업체가 969개,반월에는 입주기업 2526개 중 418개사가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임차업체 증가로 업체당 평균 종업원수도 급격히 줄고 있어 산업단지가 전반적으로 영세해지고 있다.


남동의 경우 업체당 평균 종업원은 5년새 18.5명에서 15.8명으로,반월공단은 50.6명에서 35.4명,시화는 21.2명에서 18.2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임차기업 왜 급증하나


기존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제조업에 대한 의욕상실,이에 따른 임대업 전환과 수도권에서 공장건설을 위한 투자비를 줄이고 저렴하게 공장을 빌려 제품을 생산하려는 임차기업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임차단지화가 급속도록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을 그만두려는 업체들은 전기 염색 도금 기계 주물 등 많은 분야에 걸쳐 퍼져있다. 남동공단의 전기관련업체인 S사의 서모 사장은 "높은 인건비와 내수침체 그리고 중국산의 대량유입으로 더이상 제조업은 비전이 없다"며 "제조업체 사장 중 상당수가 임대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기업의 경우는 임차공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남동에서 50평짜리 도금공장을 차린 김 모 사장은 "거래처나 종업원을 생각하면 수도권에서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땅값이 비싸 살 생각은 꿈도 못 꾼다"며 "게다가 제조업으로 큰 돈 벌기가 힘들어지면서 자가공장의 꿈을 접고 공장을 임차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의 임차공장은 공장건물의 노후화 정도나 대로 인접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당 보증금 20만~25만원에 월세 2만~2만5000원 수준이다. 50평 규모의 공장을 임차할 경우 보증금 1000만~1250만원에 월세 100만~125만원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전국적인 땅값 상승 바람이 산업단지에도 밀려들면서 제조업에는 뜻이 없는 데도 공장을 팔지 않고 임대수입과 지가상승을 동시에 기대하는 기업인들이도 생겨나고 있다.


◆임차공단화 부작용은 없나


예상치 못한 임차업체의 급증으로 물류난 등 산업단지의 생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시화의 경우 5년 새 입주업체수는 2415개에서 452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월에서도 1463개에서 2526개로 증가했다.


또 임대수익만을 목적으로 임차한 뒤 이를 재임대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임차기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도 힘들어지고 있으며 산재위험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양현봉 박사는 "신규 제조업체가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차공장으로 출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이나 부동산 투기 바람을 탄 임대업 활황은 자칫 제조업체들의 사기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