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후 원장=성과 관련해 윤리적 구속들이 점점 느슨해지는 양상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윤리적 잣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의학 지식의 발달로 불필요한 구속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홍성묵 소장=어느 사회나 윤리적 구속이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동물과 같은 성행위가 일어나지 않죠.다만 불필요한 윤리적 구속은 연령 가정환경 교육수준 등 사람마다 다르니까 이를 표준화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전반에 알려져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무연 원장=보수주의자는 성을 생식의 목적으로,자유주의자는 쾌락을 향유하기 위한 개인의 권리로 봅니다. 성과 윤리는 서로 상충되지만 보완적으로 보는 게 필요합니다. ▲김 원장=인간은 섹스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노출하지 않는 유일한 생물입니다. 문명 사회를 이뤘던 과거의 인류가 성에 대해 숨기려 했던 모습들이 오늘날에는 성에 대한 구속으로 남아 불편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 소장=2년 전 연세대에서 '성과 인간관계'란 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성생활에 관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아빠는 엄마가 원하는 정상 체위만 했다고 말했고, 엄마는 아빠가 그 체위만을 좋아하는 줄 알고 아무 말 안했는데 불만이 많았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체위를 보여주면서 부모님께 성을 만끽할 수 있도록 소개하라고 일렀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쓸데없는 성에 대한 자기 구속과 무지가 만연해 있습니다. ▲김 원장=그렇죠.저는 성적 변태라는 말도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성관계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면 변태일 것이고 서로 합의해서 그렇지 않게 느낀다면 변태가 아닐 것입니다. ▲홍 소장=변태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섹스학에서는 정형적이냐 비정형적이냐로 구분할 뿐 변태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비정형적 섹스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개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오럴 섹스가 금물이었지만 지금은 20∼30대면 누구나 다 하지 않습니까. ▲이 원장=성 모럴도 많이 달라졌지만 비아그라 등의 등장으로 60대 이상까지 성에 대한 욕구가 확산된 게 특징입니다. 1990년대에는 성기능 장애로 찾아오는 환자가 20∼30대가 가장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50∼60대가 더 많습니다. 비아그라로 효과를 못 본 경우 주사 요법을 희망하기도 하고 60대에 음경 보형물을 삽입해 새 장가를 가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노년에도 성을 주체적으로 즐기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셈이죠. ▲홍 소장=서양에는 이런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죽기 전까지 섹스를 해야 합니다. 파블로 피카소,앤서니 퀸,루치아노 파발로티 등이 다 70∼90대에 자식을 본 사람 아닙니까. ▲김 원장=할아버지들이 남성 중심적 섹스를 하니까 할머니들이 화가 나고 거부하고 의부증·의처증 같은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을 많이 봐요. 나이 든 여성의 성을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 원장=성에 대한 욕구가 강한 노년 남성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서 새 장가를 가 재산 상속 등 자식과의 불화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애정을 갖고 노인의 성 문제를 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원장=상처(喪妻)하고 욕구를 풀 출구가 막혀 있으면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할아버지는 한국 내 젊은 조선족하고 자식까지 낳았습니다. 할머니는 용서할 테니 돌아오거나 재산을 포기하라는데 할아버지는 재산도 여자도 포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홍 소장=남성용 비아그라가 나왔으면 여성용도 나왔어야죠.남편들이 그 같은 약을 가져와서 섹스하자고 하니까 나이 들어 이혼율이 급증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비아그라가 아내와의 사랑보다는 외도용으로 훨씬 많이 사용된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 원장=비아그라가 나온 후 남성 중심의 성관계가 더 심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60대 환자의 요도염이 70%가량 증가했는데 불결한 성관계가 늘었다는 얘기죠.긍정적인 측면은 예전에는 발기부전 문제가 있더라도 먼저 물어보길 주저하던 환자들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의사와 상담하는 등 의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김 원장=우리나라 남성들은 사랑도 전희도 없이 섹스만 하려고 합니다. 여자는 집안일에 육아에 힘들어 죽겠는데 남자가 섹스에만 관심을 두니까'내가 하수구냐' 하며 섹스를 거부하고 애들에게 몰입하는 반면 남성은 수컷으로 인정받기 위해 섹스를 강요해 트러블이 생깁니다. ▲홍 소장=섹스하고 자식을 가지려는 욕구는 남자나 여자나 같습니다. 여자는 욕구가 적고 수동적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섹스는 똑같이 즐겨야 합니다. 성 테크닉도 남자가 배워 여자에게 가르치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같이 학습하고 즐기는 섹스가 돼야 해요. 성관계 후 아내에게 좋았느냐고 물어보면 '억지춘향식'으로 좋았다고 답하는 것은 '거짓 오르가슴'을 만드는 것이고 이게 쌓이면 정신장애가 됩니다. ▲김 원장=여성들은 마주 보며 얘기하고 밥 먹고 상대와 소통하며 사랑의 감정이 계속되길 바라는 반면 남성은 섹스로 농축된 애정을 표출하길 좋아하죠.이 같은 차이점을 잘 알고 오르가슴을 추구해야겠습니다. ▲홍 소장=마스터스와 존슨이 창안한 흥분-고조-절정-사정 등 네 단계로 나눈 기계적이고 지극히 목표지향적인 성반응에 대해 반대합니다. 발기가 안 되면 만족도 오르가슴도 없다는 것은 틀린 얘기죠.오럴 섹스만 하든,키스만 하든 커플마다 만족하는 합의된 행위를 하면 훌륭한데 꼭 삽입 섹스를 하고 발기가 안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이 원장=공감하지만 발기가 안 되면 남성의 성적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받습니다. 섹스는 토털 개념인데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음경왜소증 같은 문제는 유야무야 넘어갈 게 아니라 환자가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반드시 치료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음경보형물 수술, 조루증 신경배부절단술, 음경확대술을 많이 해본 전문의로서 볼 때 음경 관련 수술은 남성에게 자신감과 성적 매력을 고무시키고 파트너의 만족도까지 높이는 필수적인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부부가 있었죠.부인이 남편을 데리고 와서 자극도 없고 사정까지 빨라서 이혼까지 생각한다고 호소했는데 수술받고 지금까지 금실 좋게 살고 있습니다. ▲김 원장=남성은 여성에게 원래 약한 존재고 섹스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부인이 원하지 않는 수술을 왜 그리 많이 하는지 모르겠어요. 바람 피우기 위해서인가요. 심리적인 열등의식이 외형적인 수술로 만회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홍 소장=섹스를 기계적으로만 보면 성기를 굵고 길게 만들어야겠죠.하지만 사랑만 있으면 성기 크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래 배우자와 수십 년 살다가 이별해 다른 파트너를 만나 제2의 인생을 멋있게 사는 걸 많이 보시죠. 질 위축술이나 음경확대술 같은 것 안 해도 얼마든지 신나게 즐겁게 섹스할 수 있단 말입니다. 결국 성적 호기심이나 매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이 원장=물론 이런 수술을 받는 사람의 30%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데도 기어이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성형수술하고 만족을 느끼듯 자신 있게 아내와 관계를 갖고 목욕탕에 자신 있게 가기 위해서는 성기 성형술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리=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