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공장 돌릴 필요있나, 세놓는게 더 나은데" .. 남동.반월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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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는 3일 남동산업단지. 공단 초입에 자리잡은 T부동산중개업소의 창문에는 공장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인근 중개업소도 비슷하다.
자가공장 중심의 제법 규모를 갖춘 중견·중소기업 산업단지가 임차공장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남동뿐 아니다. 반월 시화 등 대표적인 수도권의 중소기업형 산업단지들이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해외·지방 등지로 떠나가는 중견·중소기업이 늘고 이들 빈 공장에 5∼10개씩의 임차공장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업계에 따르면 남동 반월 시화 등 3개 산업단지의 입주기업 중 임차기업 비율은 2000년 4월 말 평균 37%에서 금년 4월 말 45.7%로 불과 5년 새 8.7%포인트나 급상승했다.
특히 남동의 경우 입주업체 4040개 중 절반이 넘는 2039개 업체가,반월은 전체 2526개 중 1090개가 임차기업이다. 시화 역시 4520개 중 1933개가 임차기업이다.
이들 지역의 공장은 업체당 1000~3000평 수준으로 중소기업치곤 그런대로 규모가 있었지만 임차공장은 50평에서 100평 정도의 영세 규모인데다 대부분 가구나 목재 기계 분야의 단순 가공업종이어서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임대공장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내수침체 장기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의욕을 상실한 기업인들이 주력업종을 제조업 대신 공장임대업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월에 있는 날염 관련 업체인 K사는 일감이 줄자 지난 5월 제조업을 그만두고 임대사업자로 전환했다.
인근 1000평 규모의 D특수섬유 공장도 16개사가 오밀조밀 나눠쓰고 있다.
시화공단 E사의 최 모 사장은 "제조업을 하려고 공장을 샀지만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임대로 전환했다"며 "적자볼 게 뻔하고 임대수입이 훨씬 나은데 제조업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임차공단화에 따른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입주업체의 급증으로 산업단지 내 전체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주차난 물류난 등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임대업 성행으로 기존 제조업체들의 사기를 꺾는 일도 생기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