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은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세계적 네트워크와 IT기술,제조업에 대한 노하우가 결합된 소프트웨어 회사다." 싱가포르 굴지의 민간 물류기업인 어코드 익스프레스 홀딩스사의 유진 림(Eugene Limㆍ한국명 임오규) 사장은 물류기업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국제통상학회 심포지엄에 연사로 초청된 그는 한국물류산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한국은 세계적인 물류기업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기업의 수출물량에 IT기술도 발달해 있고 지정학적 위치도 뛰어나다. 그러나 물류산업을 보는 시각이 잘못돼 있고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못한 게 한계다." 그가 한국 물류산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저녁 만찬장에서 밝혀졌다. 사회자는 그를 "2000년 싱가포르의 대표적 물류기업 CEO 자리에 오른 분"이라고 소개했다. 만찬 후 호텔 바에서 맥주 잔을 앞에 두고 마주앉았다. 11년간 삼성에서 근무하다 세계적 물류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코드로 옮겼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물류산업 인식수준에 대해 "물류산업을 배우겠다고 한국에서 오는 사람 대부분이 싱가포르항에서 컨테이너선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간다"며 "경쟁력의 핵심인 컨트롤 타워를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소프트웨어산업이자 지식산업인 물류산업을 하드웨어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동북아물류중심국가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은 지리적으로나 산업의 특성으로 보나 그 목표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구체적 대안도 내놨다. "많은 물건이 그 나라를 거쳐 다른 나라로 흘러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 물류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야 물류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며 "이를 위해 인도 중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싱가포르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조ㆍ유통을 거쳐 물류패권 시대가 오고 있다"며 "한국인의 힘으로 UPS나 DHL을 뛰어넘는 세계적 물류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