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은 누구나 황푸(黃浦)강 동쪽 푸둥(浦東)의 위용에 감탄한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널찍한 도로,쾌적한 주거환경 등을 보면 '전혀 중국답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푸둥은 개발 15년 만에 개혁개방 및 그에 따른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중국 최고의 비즈니스센터로 성장했다. 지난 2001년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두고 '천지개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푸둥이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 국무원(정부)이 최근 제정한 '푸둥 종합개혁 시범구 조성방안'이 그 동력이다. '푸둥을 21세기 중국 선진도시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게 이 방안의 뼈대. 선진도시 개발 모델을 제시하라는 '특명'이 푸둥에 떨어진 것이다. 이 방안이 제시하고 있는 푸둥은 국제규범이 통하고,정부의 무리한 간섭이 없고,모든 경제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법치가 살아있는 도시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 도시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부 조치가 속속 발표되고 있고,푸둥 취(區)정부는 발전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중국이 푸둥을 미래 도시의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개혁개방의 금과옥조인 '돌을 더듬으며 강을 건넌다(摸着石頭過河)'는 말을 연상케 한다. 특정 지역을 먼저 발전시킨 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에 따라 80년대 선전 특구가 집중 개발됐고,90년대 푸둥이 건설됐다. 특정 도시를 먼저 개발한 뒤 이를 연안도시로 연결하고,또 다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점(點)-선(線)-면(面)'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경제규모는 지난 27년여 동안의 급성장을 통해 크게 확대됐다. 그럼에도 경제,사회적인 불균형과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그 문제해결을 위해 선진 발전 전략이 필요했고,그 모델로 푸둥을 선정한 것이다. 푸둥의 발전은 곧 21세기 중국발전의 청사진이라는 얘기다. 세계는 지금 지난 15년 만에 '천지개벽'을 이룬 푸둥이 15년 후 또 어떻게 변할지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