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전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이후 첫 번째 토요일인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청 민원상황실.이날 오전 11시30분께 왕십리 로터리 근처에 있는 민원상황실을 찾은 박영남씨(40)는 새벽에 숨진 할머니의 주민등록등·초본을 떼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박씨는 병원에서 사망확인서를 받으려면 사망자 본인의 주민등록등·초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몇 개의 동사무소를 들렀으나 허탕을 쳤다. 결국 공무원들이 교대근무한다는 구청까지 왔으나 창구 발급은 고사하고 키오스크(무인자동발급기)까지 고장나 있었다. 박씨는 "금호4가와 금호2가 동사무소에도 가 보았지만 모두 문이 잠겨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위해 기본적인 민원해결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강남구에 있는 백화점 편의점 지하철역 등에 61개의 키오스크가 설치됐다는 성동구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다시 발길을 강남쪽으로 돌렸다. 관공서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급한 민원인들을 위해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전국 시·군·구청 및 산하기관에 토요일 민원상황실을 운영토록 했으나 상당수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관공서를 방문한 민원인 수는 예전 토요일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민원인의 고충은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민원 중의 하나는 전세 계약자들이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는 것.전세계약금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확정일자는 계약과 동시에 동사무소에 가서 확인받는 게 일반적이다. 주말에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어 자연히 토요일에 확정일자를 받으려는 민원인이 많다. 지난 2일 서울 봉천동 등 대부분의 동사무소에서는 1명의 당직자가 업무 안내만 했을 뿐이었다. 이날 봉천7동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한 김모씨(36)는 "확정일자는 무인발급기에서 처리할 수도 없어 월요일에 다시 동사무소에 들러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대형 민간병원이 적은 각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지난 토요일 보건소 분소가 문을 닫으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민들은 먼저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주로 요구하는 민원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확정일자,여권,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등 기본적인 민원은 토요일에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 응봉동에 사는 주부 김영란씨(38)는 "인터넷 민원발급은 툭하면 오류가 생기고 해서 지난 토요일 오전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기 위해 근처 동사무소를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어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신경원·김철수·하인식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