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Nikon)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 광고에 무단 도용된 사진이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도용된 사진 속의 카메라가 실제 니콘 제품이 아니라 니콘의 경쟁업체 캐논(Canon)의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 애호가 이태영(李泰榮ㆍ23ㆍ의무소방원)씨는 4일 "내가 지난 4월17일 찍어 개인 홈페이지(se2n.com)에 올렸던 사진이 니콘 디지털 카메라 `D50'의 플래시 광고물에 고스란히 도용돼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천사들의 합창'이란 제목의 이 사진은 정면을 바라보며 뭔가를 찍으려는 듯 커다란 캐논 카메라를 양손으로 들어 눈에 갖다 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과 이 어린이의 두팔 겨드랑이 아래를 어른이 두손으로 잡아주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니콘 D50 출시일인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등장한 이 광고는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이 쉬워졌습니다. 아버지가 니콘으로 나를 기록했듯이, 나도 니콘으로 아이를 기록한다"는 카피로 상당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제품의 인쇄매체용 광고에 쓰인 사진도 기본구도가 이씨 사진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 이씨는 이같은 사실을 3일 카메라 동호회 `SLR 클럽'(www.slrclub.com)에 공개했으며, 광고대행사 `커뮤니케이션 이트'는 이날 저녁 도용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사건의 경위를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이 광고대행사에 따르면 이씨 사진 대신 유사한 구도로 새로 촬영한 사진을 광고에 사용하려고 했으나 실수로 그렇게 하지 못해 초기 광고 시안에 포함돼있던 이씨 사진이 온라인 광고에서 쓰였다는 것. 대행사 관계자는 "니콘 카메라를 국내에 판매하는 광고주 ㈜아남옵틱스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모든 것이 우리(대행사)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경위야 어쨌든 이번 도용 사건에 대해 광고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다시 촬영하려고 했다지만 남의 사진 아이디어를 슬쩍 가져다 쓰려 한 것 자체도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또 `캐논 카메라로 캐논 카메라를 찍은 사진'이 니콘 광고에 도용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황당해하고 있다. 이씨는 "원본 사진에 찍힌 카메라는 캐논 300D였고 원본 사진을 촬영하는 데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D30으로 둘 다 캐논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니콘 광고에서는 캐논 로고가 드러나지 않으며, 원본사진 수정이나 유사사진 촬영과정에서 이 부분이 흐려졌거나 바꿔치기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SLR클럽에 올린 글에서 "일언반구도 없이 맘대로 퍼가 수정한 뒤 사용해도 되는지 너무나 어이가 없다"며 `저작권 불감증' 실태를 꼬집고, 동료 동호회원들은 "법적으로 대응해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