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수명을 연장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지금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약품이 개발된다면 당신은 얼마나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수명을 길게 해 주는 약이 있다면 아무리 많은 액수의 돈이라도 낼 것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새로 개발된 약이 단지 6개월 동안만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이보다 더 짧은 단 90일 동안만 생존기간이 늘어난다면 당신은 엄청난 액수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것인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이같은 매우 어려운 질문에 봉착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과거와 달리 더 오래 살 수 있게 됐고,수명을 연장시키는 의료 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은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언제나 기쁜 뉴스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무시할 수 없는 의료보험 관련 비용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종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정치·경제적 문제들뿐 아니라 윤리적인 딜레마도 생겼다. 세대 간 의료보험 비용 부담은 어떤 식으로 배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보험과 관련해서도 의료기술 발달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지,아니면 비용부담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어야 하는지 등도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의료보험 재정을 관리할 때 인간의 수명을 80세 기준으로 할 것인지,아니면 90세로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현재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보험을 운영 중이다. 미국은 민영 의료보험시스템을 채택한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은 국가가 의료보험을 직접 운영한다. 국영 의료보험 국가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고가의 의료 서비스를 제한,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민영과 국영 의료보험 중 어떤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의 관심은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의료보험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우선 의료기술 혁신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새로운 약품이 개발됐을 때 투입된 비용보다 사회적으로 거둬들이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암 환자의 생명을 단 90일 연장시키는 일에 제약회사들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약품 개발이 사회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오는지는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자금을 쏟아붓기 보다는 새롭게 개발될 의료 기술이 정말로 어느 정도의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지 미리 분석해 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헬스케어 회사인 애보트의 마일스 화이트 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How Long Do We Really Want to Liv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