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4일 0.14%포인트나 급등,연 4%선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금리인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내외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국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들끓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엄포를 놨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금리인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여기엔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저금리 기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철철 흘러넘치는 시중 유동성 지난 2001년 이후 콜금리 목표치는 여덟 차례나 인하된 반면 오른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2001년 초 연 5.25%에 달하던 콜금리 목표치는 작년 11월 연 3.25%까지 2%포인트나 떨어진 뒤 8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사실상 2001년 이후 5년째 '상시(常時) 경기부양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는 통화량을 급팽창시켜 2000년 말 276조원에 불과했던 단기부동자금(6개월 미만 단기수신상품 잔액)이 지난해 말 398조원에 달한 뒤 올 4월에는 41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 유동성의 과잉 정도를 재는 '마셜k'라는 지표 역시 지난 98년까지 0.3선에 머물다 지난해 말엔 0.7까지 뛰어 올랐다. '마셜k'는 통화량(M2)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다. ◆폭발 직전의 저금리 부작용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시장 거품을 한껏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최근 미국의 잇따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차가 '제로(0)'가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T) 미주팀장도 "역외 자금이동을 촉진하는 가장 큰 변수가 금리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발 다한 저금리 효과 이처럼 저금리의 부작용은 커지고 있는 반면 저금리로 인한 효과는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중의 과잉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쪽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는 지난 2월 이후 4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액 지수도 5월 들어 반짝 상승(3.8% 증가)했지만 본격적인 내수회복을 점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도 저금리 효과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력한 투기대책이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키지 못하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인하→집값 상승→부동산 대책 발표→주택거래 감소→서비스업 중심 소비위축→금리인하 유발'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저금리 효과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내수 회복이 관건 저금리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커지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당장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내수회복의 징후가 아직 미약하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변화의 기준이 되는 소비자물가도 여전히 안정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는 데 그쳐,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그동안의 감소세가 겨우 멈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제 겨우 경기회복의 초입단계인데 여기서 금리를 건드렸다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