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동결해야 하나] 1990년대 日 상황보다는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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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거 1990년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채택했음에도 불구,경기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 '저금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의 현 경제상황이 1990년대 일본과 닮은 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10년 불황의 악몽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거품을 끄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자 저금리 카드를 빼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5년 7월부터 정책금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금리가 0%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제로금리의 성장 자극효과는 반짝 효과에 그쳤고,디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일본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기업들은 디플레이션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고,이는 금융부실을 부추겼다.
가계 입장에서는 제로금리로 인해 퇴직금 등으로 살아가는 이자생활자들의 소득이 감소,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담보 대출을 늘려 주택구입에 나선 결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급증했다.
당시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99년 4월 이후 금리가 제로수준으로 하락해 더 이상의 통화완화정책이 불가능하게 돼 일본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를 낮춰도 시장의 자금 수요와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한국,중기불황 가능성
한국도 2003년 5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콜금리는 연 3.25%까지 낮아졌으나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인 2.7%를 기록하는 등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국 경제가 일본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이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 일본과 지금의 한국 경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부동산 거품의 정도나 정책대안의 여지,은행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서 1990년대 일본보다는 상황이 양호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일본은 1986∼1991년 중 6대 도시 평균 땅값이 약 168%나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부동산 거품이 본격 형성된 2002∼2003년간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23% 상승하는 데 그쳤고,최근 들어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으나 이는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환경 면에서도 당시 일본은 부실채권 비중이 매우 높았으나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결과 부실채권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저성장세가 1∼2년 정도 더 지속되면 중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