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제도'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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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달중 나올 새로운 부동산 대책과 관련,“헌법 만큼 고치기 어려운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한 데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일각에선 1989년 도입됐다가 위헌 판정으로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초법적인 극약처방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김 실장의 발언은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부동산 대책을 법제화함으로써 쉽게 바뀌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4일 "김 실장의 언급은 '어떤 강력한 대책도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것'이란 일부 투기세력들의 기대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며 "이번 대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부분 법제화함으로써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신뢰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참여정부가 끝나면 옛날로 돌아갈 것이므로 2년 반만 버티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투기를 하고 있다"며 "무너지지 않는 부동산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란 얘기다.
국민적 공감대와 관련,정부는 일부 투기세력만 손해보고 대다수 국민은 혜택을 보도록 제도를 만들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대책은 비싼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투기수요자를 뿌리뽑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투기이익 환수를 위해 고가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1가구 1주택자 등엔 재산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복안이다.
그 경우 무주택 또는 1가구 1주택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중장기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관련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핵심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경기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거듭해 일관성도 없고 국민적 신뢰도 잃었다"며 "이번엔 부동산 세제의 경우 10∼20년 후의 목표를 세운 뒤 단계적 실행 계획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중간에 조정하기 어렵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이해찬 국무총리도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은 대개는 가수요,그리고 세제가 약한 데서 생기는 문제"라며 "안정된 세제,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는 세제 시스템을 만들어 가수요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발생한 투기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도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결국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며 "정부가 투기근절 대책을 아무리 철저히 제도화하더라도 그 같은 시장 원리를 무시해선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황식·차병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