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의 턱밑에 도달했다. 4일 주가지수는 줄곧 강세를 보인 끝에 1021.71에 마감됐다. 경기 침체,환율 급등락,유가 상승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고점(종가 기준 3월11일 1022.79) 돌파는 물론 지난 94년 11월의 사상 최고치 1138.75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시가총액은 520조720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시의 초강세는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월 수천억원의 돈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시장에 유입되고 △기관이 외국인에 맞설 만큼 큰 매수세력으로 등장했으며 △배당 성향이 높아지면서 장기 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공급 측면에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부채비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 적립식 펀드 등장으로 투자 패턴이 장기·간접화하는 등 한국 증시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 체질이 달라졌다 작년 4월27일부터 5월11일까지 보름간 종합주가지수는 915에서 791로 13.6% 곤두박질쳤다. 외국인이 2조619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게 직격탄. 하지만 3월3일부터 30일까지 외국인이 2조1346억원어치를 매도했을 때 주가 하락률은 5.5%(1010.92→955.45)에 그쳤다. 이는 기관이라는 방어막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올초에는 적립식 펀드를 통해 '실탄'을 확보한 기관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적립식 펀드는 앞으로 신규 가입자가 없다고 해도 매달 4000억~5000억원씩,연간 4조8000억~6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매매하는 몇몇 블루칩에 의존하던 시장은 중소형주의 영향력 강화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LG필립스LCD 제외)의 비중은 지난해 4월23일 47.1%에서 지난 1일 30.77%로 급락했다. ◆투자할 기업이 많아졌다 기업들의 ROE는 지난 97년 2%대에서 2000년 9.4%,지난해 말 16.2%까지 상승했다. 배당 성향(배당금 총액/당기 순이익)도 지난 2001년 이후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는 은행보다 증시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19조44억원으로 올 들어 월평균 2000억원씩 줄면서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지 않으려 해야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단기적인 변수는 적지않다. 최대 걸림돌로 국제유가가 꼽힌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계속 상승할 경우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변수를 제외하면 증시 체질 변화가 워낙 뚜력하기 때문에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예를 보면 장기·간접투자 확산,기업연금 확대 등 체질 변화를 초래할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증시가 대세 상승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