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43
수정2006.04.09 17:01
중국 경제는 지금 '바오펑(暴風)의 시대'다.
환경오염 단속을 강화한 환경보호 폭풍과 회계감사 폭풍에 이어 지난 5월부터는 반(反)탈세(세무조사) 폭풍이 불고 있다.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타깃이라고 홍콩 문회보는 전하고 있다.
실제 중국 세무 당국은 "외국 기업의 절반 정도가 적자라고 신고하지만 외국인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적자를 낸 외국 기업 가운데 3분의 2는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미심쩍어 한다.
올 1~4월 중국 대기업의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5.6% 늘어난 반면 외국 기업은 3.5% 감소한 것도 세무 당국의 눈총을 받는 대목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지적한다.
중국 당국은 특히 외국 기업의 이전가격 조작 혐의를 주시하고 있다. 수출가격과 수입가격 간 차이를 줄이거나 기술 이전료 등을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가세무총국의 왕위캉 국제세무 담당 부국장은 "외국 기업들의 이전가격 조작을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매년 300억위안(약 3조7500억원) 정도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일본과 이전가격 조사 협정을 맺은 것은 '세무조사 폭풍'을 예고한 준비작업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세무 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외국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5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 경영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세금 문제였다. "세금 문제로 잠을 못 이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 조사에서 '아시아에서 세무 압박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중국을 꼽은 응답은 전체의 40%나 됐다.
중국 당국의 세무 강화는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고수해 왔던 '외자 숭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 기업이라도 법을 어기면 "손을 보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이미 올해 초 불어닥친 '환경보호 폭풍'에서 감지됐다.
환경 폭풍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환경보호총국의 판웨 부국장은 이달 중순 한 포럼에서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외국 기업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폭풍은 발전소,철강 및 자동차 공장 등이 주요 타깃이다.
강도도 세 중국 최대 수력발전소인 산샤댐 건설까지 일시 중단시켰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회계감사 폭풍'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일소가 목표다.
감사 폭풍의 진원지인 리진화 심계장(審計長·감사원장)은 중국전력공사와 올림픽위원회의 예산 오용을 적발하는 등 많은 부패 관리를 철창으로 보냈다. 공무원과 국유기업들은 '나라의 문간을 지키는 개'로 자처하는 리 심계장을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로 꼽는다.
중국의 연이은 경제 폭풍은 개혁·개방 이후 성장 지상주의가 몰고 온 모순을 깨기 위한 몸부림이다. 중국 경제가 폭풍이 지난 뒤에 조용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