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면서 근·현대화단의 지도자였던 춘곡(春谷) 고희동(1886-1965)의 4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전이 13일 서울대박물관에서 개막된다.


춘곡이 1915년 동경예술학교 졸업때 그린 '정자관을 쓴 자화상'을 비롯해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청계표백', 대표작중 하나인 '진주담도'등 70여점이 출품된다.


< 사진 설명 : 간송미술관 소장품 '청계표백' >


서울대박물관의 진준현학예관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춘곡의 증손자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중청과 간송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제공한 것"으로 "대부분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춘곡 작품만 모은 전시로는 생전인 1957년에 열렸던 회고전이후 근 50년만이다.


춘곡은 1918년 서화협회의 창립과 국전 창설에 관여하는 등 우리나라 화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고서화의 보고(寶庫)인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일제 암흑기에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다.


춘곡은 도쿄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활동했지만 40대 중반 이후 동양화로 전향했다.


전통적 동양화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관찰,박진감있는 묘사 등 서양화의 특징을 동양화에 옮겨보려고 했다.


때문에 그의 동양화에는 사실적 묘사와 음영법,점묘,수채화 같은 청·홍색의 담채가 나타난다.


한복을 입고 높은 정자관을 쓴 모습을 그린 '정자관을 쓴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다.


일본땅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청계표백'은 춘곡이 도쿄예대를 졸업하고 귀국한 1915년 오세창의 부탁으로 부부가 빨래를 하는 장면을 그린 소품이다.


남편이 윗도리를 벗고 방망이로 빨래를 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에 대한 근대적인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미전배석도'(米顚拜石圖)는 안중식 조석진에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된 22세 때의 작품이다.


청년치고는 아주 뛰어난 화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준다.


춘곡은 동양화로 전향한 이후 전통적인 필묵의 맛,시화일치의 서정적 세계에 빠져들었다.


'천성엽향도'(泉聲葉響圖)는 50대에 이르러 자신만의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 실경 산수화다.


긴 화면에 평온하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 청전 이상범과 유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한국적 서정성을 드러낸다.


9월10일까지.(02)880-8092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