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부터 집값 급등세가 이어진 분당 평촌 등 수도권 남부 신도시에 이어 집값 상승 랠리에 후발 주자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주거 여건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산 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부녀회를 중심으로 집값 관리에 직접 나서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의 집값 상승이 외지인의 수요가 아닌 현지 주민들 간 거래에 따른 것인 데다 실제 매수세가 크게 따라붙지 않는 호가 중심의 상승세여서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위주로 가격 급등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곳은 일산신도시 내 집값을 지탱하고 있는 마두동 강촌마을과 백마마을 일대 중·대형 아파트 단지들이다.


강촌마을 우방아파트 59평형의 매매가격은 불과 한두 달 사이에 1억5000만~2억원가량 뜀박질해 현재 최고 9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48평형도 7억원 선으로 비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백마마을 벽산아파트 50평형의 호가는 지난 5월 이후 1억5000만원 이상 오른 6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으며 최근 6억2000만원대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홍승재 강촌공인 대표는 "분당의 집값 상승 불씨가 일산으로 옮겨 붙으면서 그동안 침체돼있던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며 "분당과의 집값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면서 주민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두동 일대와 함께 주요 역세권 주변의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주엽동 강선마을 건영5단지 38평형은 4억5000만원으로 두 달 사이 1억원 가까이 뛰었고,금호 6단지 50평형도 1억5000만원 오른 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외지 수요 부족으로 추가 상승엔 한계


현지 중개업소들은 평당 1200만~1500만원 정도의 현 시세를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적정 가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서울 등 외지 인구의 유입에 따른 신규 수요와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백마마을 B공인 관계자는 "최근의 가격 상승은 불과 2~3건의 계약을 통한 가격 조정인 데다 이마저도 모두 현지 주민의 이전 수요에 따라 이뤄진 거래"라며 "분당과 달리 외지 수요가 부족한 것이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선마을 J공인 관계자도 "최근 중·대형 평형의 가격이 오르면서 큰 집으로 이사 하려는 현지 주민들의 수요마저 끊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인근 파주 LCD공단 조성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상당수가 학군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일산쪽으로 흘러올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