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력 실세에 의한 강제출국 의혹이 일었던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5년8개월전 출국배경이 측근들에 의해 밝혀진다. 김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 한국을 떠났는 지에 대한 대우 고위 관계자의 진술은 당시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가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가릴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1999년 대우 해체 당시 사장을 지냈던 한 관계자는 5일 "금명간 과거 대우그룹 사장단 3~4명이 만날 예정"이라며 "김 회장의 출국 배경과 관련한 당시 상황을 금주 내로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도 이들 사장과 잠깐 만났는데 그룹이 해체된 지 몇 년이 지난 만큼 각자가 메모한 수첩을 찾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수감 중인 김 회장을 최근 면담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인 지난 99년 10월만 해도 김 회장이 결코 해외로 도망치듯 나갈 시점이 아니었으며,채권단과 정부측의 '강권'이 출국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전 대우그룹 사장단은 당시 장병주 대우사장,정주호 구조조정본부장,신영균 대우조선 사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8월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 이후 산업은행과 한빛은행 등 채권단 은행들은 대우 계열사별로 나눠 감리단을 보냈다. 9월에는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회장을 껄끄럽게 여긴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를 비롯한 은행장들이 "잠깐 해외에 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압력을 가해왔다. 정부도 광범위한 경로를 통해 이를 부추겼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당시 정부측 인사는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현 열린우리당 의원),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오호근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이었다. 김 회장의 해외도피 부분과 관련,"여러 정황상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 대우측의 일관된 진술이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은 "김 회장은 대우사태가 문제가 되기 전인 99년 10월 출국했다. 2000년 초 금융감독원이 대우의 분식회계 규모를 발표했으며,그해 10월에서야 금융감독원은 검찰에 김 회장을 고발했다. 이것만 봐도 김 회장이 도피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항변했다. 결국 김 회장은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대우차 경영권 보장이나 형사책임 면제 등 모종의 약속을 받아내고 출국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대우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대검 중수부 관계자도 이날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데 대우측은 (김 회장 출국관련 조사를)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고 언급,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관련 의혹을 극력 부인하고 있다. 이근영 전 총재는 "김 회장은 워크아웃에 잘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기 위해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장관도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시장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 해소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 김대중 정부 실세들의 줄소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