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큰손들 인도로 몰린다.. 시장개방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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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4일 인도 주식시장. 미국 연금투자회사 워버그핀쿠스는 보유 중이던 인도 통신회사 '바티' 지분 6%를 공개매물로 내놨다. 순식간에 외국증권사 창구를 통해 사자주문이 쏟아져 단 26분 만에 전량 처분됐다. 매각 대금은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5억6000만달러로 워버그핀쿠스의 투자수익률은 477%에 달했다.
전 세계 큰손 투자자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미국 칼라일과 블랙스톤은 인도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10억달러짜리 펀드를 만들기 위해 최근 인도 지점을 개설,투자자 모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와 일본 노무라증권도 대형 인도 특화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국 큰손 앞다퉈 진출
싱가포르 정부의 자산 운용회사 테마섹은 향후 5년 간 최대 50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테마섹은 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이 만든 미국 사모펀드 사브레와 손잡고 국내외에서 투자자금을 모집해 인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산하 양대 투자회사인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진흥청을 통해 이미 인도 기업 지분을 사는 데 20억달러를 썼다. 또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해 지난달 말 싱가포르 자금에 한해 현재 10%인 인도 기업의 외국인 지분 상한을 25%로 늘려 적용하도록 인도 정부와 포괄적인 경제 협정도 체결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말 노무라증권이 출범시킨 인도 주식투자 펀드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1000억엔에 가까운 거액이 모집됐다.
◆해외투자도 급증
외국 자금이 경쟁적으로 인도 기업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산업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IBM 인텔 홍콩상하이은행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이 인도 정보기술(IT)과 제약회사에 연구개발(R&D)을,금융서비스회사에는 지원업무(백오피스)를 잇따라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가 지난해 3월 까지 1년간 유치한 외국인투자 총액은 전년의 세배 수준인 161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것은 IT회사들이었고 나머지는 제약과 컨설팅서비스 업계에 분산돼 있다.
해외투자 급증 등으로 호전되는 경기사정을 반영,인도 증시는 뭄바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년 사이 50% 이상 급등하는 등 사상 최대의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한 해 인도 주식 채권을 92억달러 순매수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6월말까지 45억달러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시장경제로 빠르게 이동
인도는 몇 년 전부터 중국과 함께 '친디아(차이나-인디아)'로 불리며 세계 최대 성장 시장으로 꼽혀왔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중국 경제가 연간 8~9%씩 성장하는 동안 인도 경제성장률은 6%대에 머물러 있고 1인당 총생산(GDP)도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일고 있는 인도 붐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인도 펀드를 출범시키는 블랙스톤의 피터 피터슨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결국 중국은 중앙집중 사회주의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인도는 빠르게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다"며 "중국보다 인도에 많은 투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가 올 들어 각종 규제를 풀어 외국 자금의 인도행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외국인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지금까지 인도 태생에게만 진입을 허용했던 부동산 개발시장을 외국인에게도 전면 개방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는 외국인들도 인도에 100% 외국돈으로 건설회사를 차리고 주택을 지어 분양할 수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