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이 공항 출입국장을 걸을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꽂힌다. 멋진 제복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탈 비행기를 안전하게 조종하는 사람들"이란 믿음이 깔려 있어서다. 그만큼 조종사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런 까닭에 '좁은 문'을 뚫고 경력을 9년 정도 쌓으면 연봉이 대부분 억대로 올라선다. 일반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후한 복리후생도 누린다. 이런 조종사들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사측과의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벌이겠다고 결의한 상태.조종사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가능하겠지만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비행안전과 고용보장'이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당초 "해외 체류 가족을 위해 비즈니스 항공권 14장씩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에 가족이 있을 경우 항공권 14장은 5000만원에 상당하는 것이다. 집행부 간부 6명 가운데 3명이 '기러기 아빠'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노조는 이를 슬그머니 철회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도 연 2회 실시되는 비행훈련심사를 1회로 축소하고 3번의 심사에서 최종 탈락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2008년 도입되는 국제민간항공기구협약(ICAO)의 영어자격증을 못 따 국제선 근무를 할 수 없더라도 불이익을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비행안전'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이런 요구들을 보면 조종사들의 파업 움직임은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그들의 '특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만큼 국적 항공사를 애용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아요.마일리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비스는 저희가 더 자신있는데…." 얼마 전 만난 한 외국 항공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국적 항공사를 애용해온 국민들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있다. 조종사노조가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텅 빈 여객기를 조종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류시훈 산업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