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국어원에서 '블루오션'을 우리말 순화 차원에서 '대안시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창시자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만든 개념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블루오션이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어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블루오션전략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 단어가 남용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주위에서 온갖 '구박'을 받아가며 발명이나 고안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블루오션은 자신이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했던 자기 상품의 가치를 표현한 것 같아서 아주 반가운 모양이다. 그래선지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에는 자신의 아이템이 '블루오션적'이지 않으냐며 '검증'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의가 심심찮게 온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함부로 예단하기도 어렵거니와 우리 연구소의 능력과 권한 밖의 일이라 일일이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의를 보면서 느끼는 공통적인 오류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차별화와 블루오션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없었던 새 상품을 내놓으면 블루오션적이고 그만큼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것은 많은 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퀵서비스나 대리운전을 보라. 혁신적일 정도로 새로운 아이디어지만 사업에 성공하느냐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새로운 상품을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넘어야 할 단계가 있다. 먼저 이 상품이 고객에게 효용성을 줄 것이냐다.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고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효용이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팔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이 단계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한다. 그 다음 질문은 가격이다. 고객들이 다른 대안이 아니라 반드시 이 제품을 살 만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느냐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품질이나 효용은 좀 떨어져도 훨씬 싼 가격에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리 몰려간다. 전략적으로 거대시장을 잡을 수 있는 가격을 맞출 수 있을 때라야 새로운 상품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바로 비용이다. 가격에 관해서도 많은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다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초기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 가격에 맞춰 마진을 빼고도 만들 수 있는 비용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막연히 차별화된 새로운 상품이니 블루오션적일 것이라고 믿는 건 착각이라는 사실이다. 블루오션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반드시 이런 효용,가격,비용 등 질문을 통과할 때라야 새로운 상품이나 전략이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요약하면 차별화로만은 안 되고 반드시 남들이 쫓아올 수 없는 비용우위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