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주가지수 옵션 재도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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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
지금으로부터 꼭 8년 전인 1997년 7월7일,우리나라 최초로 KOSPI 200 주가지수옵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그후 8년이 지난 지금 지수옵션은 이제 거래량 기준 전세계 1위 상품이 됐고,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옵션에는 콜옵션과 풋옵션의 두 종류가 있다.
콜옵션은 주어진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데, 이는 자산가격이 행사가격보다 오를 경우 행사가격만 주고 자산을 매수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이익규모는 "행사가격 대비 오를 경우 오른 만큼"이 된다.
행사가격보다 하락하는 경우에는 권리를 포기하므로 수익은 영(0)이다.
풋옵션은 주어진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이고 같은 논리로 이익규모는 "행사가격 대비 떨어질 경우 떨어진 만큼"이 된다.
이렇게 보면 옵션에는 복권의 특성이 있는데 더구나 주가지수옵션은 현금결제만 이루어지므로 복권적 특성이 극대화된다.
그뿐인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입할 경우 방향에 상관없이 주가지수가 크게 움직이면 이익을 보게 되고, 안 움직이면 손실을 보게 된다.
한마디로 지수가 '움직인다'와 '안 움직인다' 중 하나의 경우에 이익을 보게 되는 변동성 매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옵션을 이용하면 양방향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변동성 매매까지 가능하다보니 다양성을 추구하는 머리 좋은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옵션거래를 이토록 활성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가지수옵션 거래가 이처럼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한 배경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요소도 자리잡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 고지를 처음 돌파한 것은 1989년이었다. 그러나 1000만 넘었다 하면 뒤이어 터지는 악재로 인해 제대로 이를 지키지 못한 채 곧 고꾸라졌다.
1994~1995년,1999년,그리고 2005년 등 대략 5년 주기로 찾아오는 주가지수 1000은 가끔 탈환만 할 뿐 지키지 못한 채 계속 내주기만 하는 고지였다.
주가는 15년째 대략 500을 지지선으로,1000을 저항선으로 한 터널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투자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거래하는 초단기 데이트레이딩이라는 극단적 전략까지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에 몰두하다 보면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고 내재적 레버리지 효과까지 있는 화끈한 옵션투자를 시작하게 된다.
이리하여 연간 거래량이 30억 계약에 육박하면서 거래량 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KOSPI200 주가지수옵션의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주가지수옵션 거래에는 명암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옵션상품 자체는 중요한 금융상품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자리를 잡은 것이 사실이다.
2002년 이후 약 20조원 이상이 팔리면서 인기를 끈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주가지수연동채권도 알고보면 옵션이 그 안에 숨어 있다.
또한 옵션가격의 결정이론인 블랙-숄즈 공식이 발표된 이후 이 공식과 관련한 복잡한 수학과 통계기법이 금융분야에 사용되면서 금융공학 분야가 발달하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학과 통계로 무장한 자연계 출신들이 금융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알고보면 옵션상품이 그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미국에서도 1980년 말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공학박사 물리학박사들이 대거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는데,이는 바로 옵션과 관련된 각종 금융상품의 디자인과 가격산정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제 만 8년을 맞는 지수옵션시장이 투기적 거래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헤징과 차익거래까지 어우러지는 긍정적 요소가 극대화되고 금융전문인력과 양질의 투자자를 양성하는 기능까지 담당하는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심으로 재탄생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