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및 골프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화제의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리즈 '골프계 사람들'을 매주 목요일자 골프스포츠면에 싣습니다．골프장 오너와 경영자를 비롯 골프용품업체 대표,골프회원권거래소 종사자,도우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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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퍼시픽'은 이름만 봐서는 외국기업 같다.


하지만 순수 국내기업,그것도 골프장을 모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골프레저전문기업이다.


현재 중앙,IMG내셔널,리츠칼튼CC(각 27홀) 등 총 81홀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고 북한 금강산에 18홀,경남 남해에 19홀 규모의 골프코스를 건설 중이다.


두 골프장이 내년에 완공되면 국내 최대인 118홀 규모의 골프코스를 보유하게 된다.


회사 이름이 하필 에머슨퍼시픽일까.


"에머슨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에서 따왔습니다.


에머슨 사상의 근간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인데 우리 경영철학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중명 회장(65)의 설명이다.


회사 이름은 그렇다고 해도 계열 골프장까지 외국어로 이름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회장은 '소유와 운영의 분리'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저는 대주주일 따름이고 경영은 전문가가 맡는 것이 정도라고 봅니다.리츠칼튼CC는 호텔체인인 리츠칼튼에서,IMG내셔널CC는 매니지먼트회사인 IMG에서 각각 전문가가 파견돼 운영합니다.그래서 골프장 이름도 아예 그렇게 붙인 겁니다."


이 회장은 사업장 5곳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서인지 하루하루 행선지가 다르다.


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금강산과 남해골프장이라고 했다.


현재 공정은 금강산이 60%,남해가 50% 정도.


이 회장은 금강산골프장을 특이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우선 모든 골프용어를 '북한식'으로 할 생각이다.


티박스는 '타격대',티는 '공알받이',아이언은 '쇠막대기',우드는 '나무막대기'로 부르는 식이다.


골퍼 한 사람당 북한 캐디 한 명씩이 붙는 것도 독특하다.


특히 그곳을 유선전화 TV 휴대폰 신문 시계가 없는 '5무(無) 골프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강산골프장에는 전화 TV 신문을 일절 갖다놓지 않을 계획입니다.그곳에서 골프를 치는 시간만큼은 온갖 세상사나 스트레스를 잊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지요.다만 시계는 라운드 전 프런트에 맡겼다가 라운드 후 찾아가도록 할 방침입니다."


남해골프장도 '멋진 곳에서 푹 쉬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꾸며진다.


그래서 호텔체인인 힐튼과 제휴를 맺었고 이름도 '힐튼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로 지었다.


골프계 일부에서 에머슨퍼시픽의 공격적 사업확장을 놓고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뒷얘기를 하고 있는데 대해 이 회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그동안 중앙CC를 모체로 번 돈을 골프 리조트사업에 재투자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골프장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골프장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줄이고 건설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골프장 매출액의 30%를 세금이 차지합니다.이러다보니 그린피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해외 원정골프가 성행합니다.골프장 건설만 해도 그렇지요.금강산골프장은 단 한 번 도장 찍는 것으로 끝났는데,남해골프장은 900번 이상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언젠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나라에서 골프장 한번 짓는데 928개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어요"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