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 미국 하워드대 교수 >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노동력의 고령화 추세가 향후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고용구조의 변화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민서(Mincer) 교수가 제안한 인간자본 모형을 사용해 우리나라 산업종사자들의 계층별 노동시간당 임금과 학력 및 경험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우선 1993년부터 2002년까지의 성별,학력별,연령별 임금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을 경우 대졸 이상 남성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중졸 이하보다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중졸 이하보다 2.9배 높았다. 반면 중졸 이하 남성노동자의 임금은 여성노동자 임금의 1.9배이며,대졸 이상 남성의 임금은 여성노동자 임금의 1.2배다. 이는 학력과 경력이 높아질수록 남녀 간의 임금 차이는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들어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상당히 줄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아짐과 더불어 우리사회가 여성에 대한 처우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결과라고 해석된다. 노동자들이 일년 더 교육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임금수익률은 7.8%로 추정됐다. 임금 격차는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커지며 특히 최고 경영자와 전문직 직종에서는 교육수준이 임금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경험을 일년 더했을 경우의 임금 수익률은 1.1%로 낮아 경험이 임금 결정에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평균적으로 노동자가 받는 시간당 임금은 48세를 기준으로 가장 높고 그후에는 임금 증가율이 낮아진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최고임금 달성 연령은 48세 이상이 되고 교육수준이 낮으면 48세 이하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과 실질임금 관계는 역현상(inverted U) 곡선형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젊은 계층 노동자의 생산성 증가율은 상승현상을 나타내는 데 반해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 증가율은 감소함을 반영해준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경제 환경에서 기업이 고령 노동자를 젊은 노동자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령 노동자는 기업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고 그들이 건강하고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기회가 주어질 때는 생산성 상승을 유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것은 기업을 위해서 항상 적절하지는 않다. 물론 노동절약적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청년의 고용기회가 줄어듦으로써 청년 실업감소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한국의 실정을 고려할 때 고령노동자의 고용기회를 옹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출생률저하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추세를 감안한다면 능력있는 고령 노동자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는 나름대로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비산업화 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전환되는 시기에 출생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출생률 저하는 1인당 소득수준을 낮게 하는 반면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높은 출생률과 교육수준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노동수요를 만족하는 데 확실한 길은 노동력의 질을 높여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노동의 양적 공급의 감소를 충당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구가 노령화하고 출생률이 낮아짐에 따라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하향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동자의 교육 수준과 질을 동시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경제의 잠재력 저하를 막고 임금 소득의 분배를 개선하는 데 공헌할 수 있는 가장 확실성 있는 정책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