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의 작년 설비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의 70% 수준에 그치는 등 투자를 주저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한국은행이 총자산 70억원 이상인 494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 중 제조업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작년 업체당 평균 유형자산 구입액은 77억9000만원으로 2003년(59억3000만원)에 비해 31.4%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4~1997년 연 평균치인 106억9000만원의 73%에 불과한 것이다. 유형자산 구입액이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위해 기계류 건물 토지 등을 사들이는 데 지출한 금액을 말한다. 이에 반해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수입은 작년 업체당 142억8300만원으로 2003년(111억5600만원)보다 28% 늘었다. 1994∼1997년 연 평균치(50억6700만원)와 비교하면 180%나 증가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제조업체들의 유형자산 구입액은 줄어든 반면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투자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한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 규모별 현금 수입을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대기업(651개)은 평균 영업활동 현금수입(912억4000만원)이 전체 투자활동 지출액(646억2400만원)을 웃돌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영업활동 현금수입(26억500만원)이 투자활동 지출액(28억5400만원)에 못 미쳐 부족한 자금을 차입,증자 등을 통해 메워야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