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캠프 주의보 .. 올들어 피해상담 벌써 7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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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홈스테이) 아줌마는 우리를 술집에 데리고 다니고 매일 자기 애인하고 놀기에 바빠 저녁도 안 챙겨줘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주부 장모씨(40)는 지난 2월 호주로 영어캠프를 떠나 현지인 집에 머물고 있던 딸(당시 초등 6학년)이 보낸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딸이 몇 번 전화를 통해 울먹거릴 때만 해도 그저 어린애가 부모와 떨어져 있어 힘들어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편지를 받아보고는 영어캠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장씨는 4주의 영어캠프 중 학교 교육부터 당초 약속한 15일 가운데 8일만 실시된 것을 파악한 뒤 500여만원을 들여 같은 캠프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 몇 명에게 연락을 했다.
알아보니 불성실한 가디언(현지 보호자)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전체 캠프인원 30명 중 7~8명에 달했다.
분통이 터진 장씨는 여러 정부 부처에 피해 구제 방법을 문의해 봤지만 책임 부서조차 분명치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상당수 영어캠프 운영업체들이 멋대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등 계약을 어기는가 하면 일부 학원장은 참가비만 챙겨 달아나기까지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영어캠프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건수도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2002년 73건에 불과한 상담건수는 2003년 12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5월 말까지 70건에 이른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시 M영어학원 학부모 16명은 원장 박모씨(여)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초 박씨는 미국 뉴저지주에서 진행되는 4주짜리 영어캠프 참가비로 미리 받은 1억원가량을 챙긴 채 종적을 감췄다.
경찰 수사결과 박씨는 남편과 함께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돈도 돈이지만 여름방학 때 미국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조기 영어교육 붐을 악용한 사기성 영어캠프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계당국의 사전심사가 없는 것은 물론 운영 업체의 신뢰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어학캠프는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한 업체라면 누구나 개발,운영할 수 있어 영세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영어캠프 관련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그 손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정욱 한국소비자보호원 차장은 "영어캠프 내용이 당초 업체측이 소개했던 것과 달랐다는 주장은 주관적인 것일 수도 있어 일관된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같은 내용의 캠프를 오래 운영한 곳,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정미라 YBM에듀케이션 홍보팀장은 "운영업체의 신뢰도,경영상태,프로그램 내용과 가격은 물론 캠프시설,과거 소비자 불만 제기시 운영업체의 대응 사례,보험 가입 여부와 환불 규정 등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