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인데 노동계가 총파업을 선언하는가 하면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느닷없는 연정(聯政) 및 권력구조 개편 공론화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으로 인해 때아닌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모두가 합심해 경제살리기에 올인해도 부족할 판에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 우선 경제에 직격탄이 될 노동계의 줄파업은 가뜩이나 휘청대는 경제에 또다시 큰 충격을 가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6일 시한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7일엔 한국노총이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산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이미 파업선언을 했고 8일엔 노동부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 이들은 비정규직 법안 처리 실패,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최저임금 결정 과정 등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 게 없다. 특히 단위 노조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억대 연봉을 받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해외출장지 호텔에 골프채 비치,조종사 가족에 연간 왕복항공권 14장 제공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 뒤늦게 철회한 일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연 이들이 척박한 조건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나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못하는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의 처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 형편은 무리한 주장을 내세우며 파업이나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데다 수출까지 둔화되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까지 끌어내린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마저도 하반기 4.5%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는커녕 정략(政略)에만 골몰하며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지금이 여소야대(與小野大)니 야소여대(野小與大)니 하며 정치판 새로짜기에 매달리거나, 대통령중심제가 좋다느니 내각책임제가 좋다느니 하며 권력구조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지금 국민들의 정치불신 정책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정치권은 백해무익한 정치 공방을 당장 중단하고 민생챙기기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 또한 무리한 파업을 즉각 철회하고 근로현장에 복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