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에 속수무책으로 갈팡질팡만 거듭하던 정부가 강남 집부자들을 겨냥하고 나섰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60%를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사들였고,이들의 '뻥튀기 놀음'에 5년 동안 아파트값이 3배나 올랐다는 것이 국세청 조사결과다. 국무총리는 "부동산 소유구조를 공개하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의 칼날을 휘둘러 이들이 남는 집을 팔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한다는 대책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정부는 또 뒷북을 친 꼴이다. 진작부터 넘치는 투기수요로 집값이 치솟았던 것을 정부가 몰랐을리 없다. 이미 지난 2002년 전국 재산세 통계만으로도 아파트가 2채 이상인 사람이 무려 49만여명이고,이들이 109만여채를 갖고 있었다. 강남 사람들만 따져도 3채 이상이 8000명,이들이 3만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왔었다. 그런데도 여태 재건축 규제다,개발이익 환수다,신도시 건설이다… 변죽만 울리는 대책을 쏟아냈으니 투기꾼들이 코웃음만 쳤을 수밖에. 나아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만큼이나 바꾸기 힘든 정책과 제도를 내놓겠다"고 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건 정권임기가 끝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니 2년반만 버티자고 생각하는 투기꾼들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경고지만 결국 불안감의 다른 표현으로 들린다. 어디 부동산 대책만 그런가. 경제부총리가 월권(越權)논란을 빚으면서까지 '절대' 금리인상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그 말 끝나기 무섭게 시장이 거꾸로 움직인 것은 민망스럽기까지 한 모습이다. 그러니 정부가 너무 흥분하고 있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한국 정부가 부동산 노이로제에 걸려 정책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며 공급확대가 아닌 매물유도는 정상적 시장기능까지 멈추게 하려는 흥분된 시도'라고 진단했을 정도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데도 집값은 오르기만 하고,'경제에 올인'한 정권임기가 절반이나 지났지만 도무지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보니 조급증이 지나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조급증으로 어찌 꼬인 실타래를 풀것인가. 오히려 냉정한 판단력을 흐리고 감정에 치우쳐 복잡한 경제현상의 원인과 증상 진단이 헷갈리고 하고 해법의 혼선만 부추길 뿐이다. 자극적인 언사(言辭)를 동원해 정책시그널의 강도를 높여 시장의 내성만 키우다 보면 나중에는 아예 정책과 시장이 따로 놀게 된다. 사실 집값 폭등은 투기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금리와 정책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목표는 집값안정이지만 대책에 한두가지의 수단만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투기꾼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사 집값 폭등의 책임을 투기꾼에만 덤터기 씌우고 정책과 거꾸로 가는 시장만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도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면 다음에는 또 어떤 '헌법 그 이상'의 제도를 내놓을 수 있을까. 경제 정책에 흥분은 금물이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풀어나가야할 경제정책을 놓고 지금 모두 머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