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소폰 동호회 열혈회원 민병두씨 >


"26세인 아들이 결혼할 때 직접 축가를 연주해 줄 참입니다."


색소폰 동호회 '바람소리'에서 가장 출석률이 높은 민병두 씨(58·노원구 쌍문동)의 포부다.


민씨는 10년 이상 계란 도매업을 해온 사업가. 그동안 생업에 몰두하느라 별 다른 취미를 갖지 못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색소폰을 불기 시작하게 됐다.


반년 남짓한 경력인 데도 불구,그의 연주 실력은 주위 동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즐겨 연주하는 남진의 '모르리' 등 트롯 2~3곡은 전문가를 뺨칠 만큼 능숙하다.


민씨는 쌍문동 주변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교회와 회갑 잔치에서 몇번 실력을 선보인 이후 회갑연 등 잔치가 열리는 날마다 '출연 제의'가 쇄도한다.


"지난해 11월이었던가요. 해가 질 무렵 중랑천을 산책하는데 저 멀리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날따라 뭐에 씌었는지 정말 감미롭더군요. 그에게 당장 뛰어갔습니다. '어디에 가면 색소폰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죠. 그후부터 색소폰은 제게 '제2의 인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중랑천 색소폰 연주자의 조언은 "일단 색소폰을 사라"는 것 뿐이었다. 민씨는 그 말을 우직하게 따랐다. 즉시 아내와 낙원동 악기판매소를 찾아가 전시된 색소폰 중 가장 비싼 460만원짜리를 골랐다. 이후 민씨는 이곳에서 소개받은 바람소리 연습장(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민씨는 최근 친구들에게 꼭 색소폰이 아니라도 '악기를 배우라'고 권하고 있다. 악기를 배워야 삶이 즐거워진다는 '철학'을 뒤늦게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바람소리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 월 5만원을 모아 임대료로 사용하는 비영리 모임으로 운영된다. 회장이나 선배 회원들이 후배를 지도하며 정기적으로 교정시설 지하철역 등에서 공연을 갖고 있다.


"30년 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았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자녀들도 잘 키웠지만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몰두한 일이 없어서 그랬지 않나 싶어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악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 언제든지 웃을 수 있습니다. 바람소리에 저와 동갑인 48년생 동갑내기만 4명이나 있어요. KT&G 남양주 지점장도 있고 버스 기사도 있는데 모두가 저와 생각이 같습니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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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TIP! > 색소폰을 배우려면…


◇수강료:학원의 경우 주2회(30분씩) 레슨과 연습실 이용비용을 합해 15만원 선. 연습실만 이용할 경우 5만원 선. 지역 동아리의 경우 회비 5만원 내외 ◇용품:색소폰은 필수. 초보자용은 40만원 내외,중·고급자용은 100만~500만원 선. ◇색소폰 관련 정보 사이트:색소폰 동호회 포털(www.saxophonenara.net) 서울 북동부 지역 동아리 바람소리(cafe.daum.net/kim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