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고 카드빚에 쪼들리는 '나'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데다 사업과 직장생활에서 '쓴잔'만 거푸 들이킨 패배자다.
늘 불평만 늘어놓고 냉소적이면서 불안감과 초조감 때문에 휘청거리는 소시민이다.
어느날 작은 손수레공장의 괴짜 사장 미스터 에버릿을 만났다.
에버릿 역시 인생의 가시밭길을 온 몸으로 헤쳐온 사내다.
전쟁 포로가 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젊은 나이에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행복해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한없이 평화로운 표정을 짓는 '삶의 구루(스승)'다.
그런 에버릿에게 '나'는 한 발씩 빠져들고 '어떻게 저리 낙관적인 사람이 됐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내 삶의 지평이 새롭게 열리는 것을 발견한다.
'미스터 에버릿의 비밀'(앨런 코헨 지음,정영문 옮김,세종서적)은 이들 두 사람을 통해 인생의 참 부자가 되는 14가지 비결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돈이 아니라 행복의 주머니가 두둑한 삶,나의 믿음이 곧 내 현실을 결정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인생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공동저자이자 자기계발 전문가.
그는 '당신은 불쌍한 걸인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파티에 초대된 고귀한 손님''행복하려는 마음이 바로 행복의 비밀' 등의 잠언같은 문장을 행간마다 담아낸다.
주인공 '나'에게 들려주는 에버릿의 얘기는 단순하면서도 은유적이다.
애써 잡은 물고기가 프라이팬보다 크다고 버리는 희한한 낚시꾼 얘기를 보자.그는 늘 허기져 있으면서도 자신의 작은 프라이팬을 바꿀 생각은 못하는 사람.'진짜 빈곤한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는 진리를 비춰준다.
'작은 수레에 많은 금을 담을 수 없듯이 가난한 마음에는 부가 깃들지 않는다.
큰 마음으로 살아라.'
반면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으면 전액 무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호텔의 경우는 어떤가.
무려 6배나 매출이 뛰었다.
'불행한 사람은 돈이 많을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냉혹한 것이라며 돈만 밝히는 수전노.그들의 내면에는 돈에 대한 두려움과 갈증이 가득하다는 것,부모와 세상으로부터 '빈곤한 마음'을 주입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에버릿은 잔잔하게 일깨운다.
'나'와 에버릿이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운전자들을 위해 오페라를 불러주는 요금정산소 근무자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매연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선사하는 그는 '삶을 누리는 자세가 곧 행복이며 이는 행복하려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또 '빈곤한 마음이란 다름 아닌 자신을 냉소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며 자신감 없어 하는 인생초보에게 '당신이 당신을 존중하면 세상은 그런 당신을 존중하고 스스로 포기하면 세상도 당신을 포기한다'면서 '당신은 이미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다독거린다.
물론 에버릿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갖고 있지만 까맣게 잊곤 하는 지혜를 깨워줄 뿐'이지만 그 이치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문장력 좋은 소설가 정영문씨의 유려한 번역과 홍익대 미대 교수인 정택영 화백의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맛깔스럽게 어우려져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240쪽,95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