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시장에서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정보통신부가 8일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의 망이용료(접속료)를 가입자당 월 1500원으로 확정함에 따라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 간 싸움이 본격화됐다. 인터넷전화는 일단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시장부터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려면 KT하나로텔레콤과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고 이에 합당하는 접속료를 내야 한다. SK텔링크 애니유저넷 등 인터넷전화 사업을 준비해온 사업자들은 지난 1년간 기간통신사업자들과 접속료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인터넷전화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유선전화 시장을 잠식할 게 분명해 합의가 쉽지 않았다. 양측은 접속료를 1500원으로 합의한 뒤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고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너무 비싸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투덜댄다. 이들의 반응이 어떻든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의 시장쟁탈전은 불가피해졌다.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사업자별 요금체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요금경쟁력은 인터넷전화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접속료 1500원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시내전화 요금은 인터넷전화와 유선전화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시외전화와 국제전화에서는 인터넷전화의 우위가 확실시된다. 시외 요금의 경우 유선전화는 3분당 210∼270원인 반면 인터넷전화는 40∼5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전화의 경우엔 국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선전화 현행 요금에 비해 60∼80%가량 저렴한 수준에서 인터넷전화 요금이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인터넷전화 요금이 30%가량 저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단점이라면 통화음질이 다소 뒤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발달해 음질이 유선전화에 버금갈 정도로 좋아졌다고 정통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게다가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전화는 발신만 가능했던 초기 인터넷전화와 달리 착신도 가능하다.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8월 중 애니유저넷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무한넷코리아 큰사람컴퓨터 등 070 번호를 부여받은 8개 별정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7개 기간통신사업자 중 일부는 올해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경우 유선전화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실정이어서 선뜻 인터넷전화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KT는 인터넷전화가 급속히 확산되면 유선전화의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하면 KT로선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전화 사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