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인사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5월 하순 검토됐던 부시장 교체 및 1급 인사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로 또다시 늦어졌으나 아직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이명박 시장이 자신의 정책을 보기좋게 마무리하기 위해 고위직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이 시장도 상당히 답답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인사를 이처럼 어렵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양윤재 행정2부시장.'청계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 5월 초 구속수감된 양 부시장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시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급해진 서울시가 최근 간접 경로를 통해 양 부시장의 자진사퇴 의사를 타진했으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 부시장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보석신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양 부시장은 보석 이유의 하나로 자신이 주도했던 청계천 사업을 마무리짓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양 부시장의 사퇴거부 의사가 이같이 완강한 것으로 파악되자 서울시는 인사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양 부시장만 쳐다보고 있다간 이 시장의 임기 마지막 1년을 기술담당 부시장(행정2부시장)이 없는 상태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양 부시장이 무혐의 판결을 받을 경우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일단 사퇴하도록 다시한번 의사를 타진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또 행정2부시장직은 놔둔 채 행정1부시장과 정부부시장,주요 1급 자리만 먼저 인사를 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나 모양새가 나빠 걱정하고 있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비리 혐의에 연루되면 유ㆍ무죄를 막론하고 일단 조직을 위해 사표를 던지는 게 관행처럼 돼 왔다"며 "양 부시장의 개인적인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2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는 최근 두 달간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회의를 열어 주요 도시계획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