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은 '7·7 런던 연쇄테러'에 따른 충격에서 급속히 벗어나고 있다. 영국 등 유럽 증시는 7일(현지시간) 테러 직후에는 급락했으나,곧바로 회복됐으며 미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냈다.


8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0.2% 내외의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을 뿐 큰 영향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9·11테러 이후 '테러 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런던 테러 쇼크에도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캐섬하우스의 파올라 수바치 연구원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9·11테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런던테러의 파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경제 전문가들은 "테러가 일어나면 단기적으로 시장이 일단 동요할 수 밖에 없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정상을 되찾기 마련"이라며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와 터키 이스탄불 테러 때도 경제적 여파는 그리 크지 않았다.


스페인은 작년 3월11일 마드리드에서 191명의 사망자를 낸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했지만,경제는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경제성장률은 작년 2.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8%로 2001년 이래 분기별로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특히 지난해 마드리드를 방문한 여행객도 전년대비 11%나 증가해 스페인 전체의 여행객 증가율(3.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었다.


스페인 주가지수(IBEX)도 테러사건 직후에는 단기간에 7%나 떨어졌지만 이내 정상화돼 현재는 저점 대비 25% 상승했다.


또 지난 2003년 11월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지만 작년 터키 여행객수는 2003년보다 25%나 늘어났고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8.9%나 됐다.주가지수(ISE내셔널100)는 테러 이후 88%나 상승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내리먼 베흐라베쉬는 "테러 공격이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은 허리케인이나 지진,기타 자연재해와 유사하다"며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당장 경제성장률이 0.1∼0.2%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내 원상을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산하 스미스 바니의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수석전략가도 "지정학적 테러위험은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테러 후 런던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기존 경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톤&매카시 리서치의 레이 스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테러와 상관없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신중한 금리인상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 강화될 듯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을 주축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강화될 전망이다.G8회담에 참석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강경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부시 대통령은 "G8정상들도 테러에 관한 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대테러 공조를 강화할 뜻임을 시사했다.


유엔 안보리도 이날 결의문을 통해 "테러범을 붙잡아 단죄할 수 있도록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각국은 테러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미국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경계수위를 한단계 격상시켰으며 프랑스 독일 등도 반테러 경계활동을 강화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사건 직후 런던 시내와 지하철역에 설치된 수천대의 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사건 후 '알카에다 유럽 지하드'란 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알카에다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지만,아직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남국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