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기념촬영' (31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웃기고,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 '강'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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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을 감고 자문해 보라.살면서 얼마나


많은 불평과 변명을 쏟아냈는가를.희망을


가지려 할 때마다 완강하게 튕겨내곤 하던


세상앞에 허리 꺾고 애원한 적이 없는 가를.


당신은 모르는가.


변명과 애원과 자신에 대한


연민이 삶의 밀도를 얼마나 떨어뜨리는 가를.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어차피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


막막할 땐 언제나 죽음보다 무거운 강의 침묵을 기억하라.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