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미국과 6자 회담 재개에 합의한 내용을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북한은 중대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는 외무성 성명이나 혹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입장을 표명해왔다. 북한은 2월10일 `핵보유 선언'도 외무성 성명이라는 형식을 빌렸으며 대변인 이름으로 발표했다. 북한이 영변 5MW급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인출 작업을 완료했다고 선언한 것도 물론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서였다. 이날 밤 10시59분에 같은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외무성발이 아닌 보도의 형태로 북.미 양측의 합의 내용을 전달했다. 이날 양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9일 베이징 접촉이 사전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과 미국 양측이 이번 베이징 접촉을 6자 회담 복귀를 타진하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협상에 임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TV의 보도 시점으로 미뤄 북한은 미국과 이날 밤까지 기나긴 협상을 벌인 끝에 6자회담 재개에 극적으로 합의하자마자 지체없이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