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판이 무척 시끄럽다. 한국노총이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요구와 함께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며 강경투쟁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의 기조를 유지하던 한국노총이 투쟁의 깃발을 올리자 많은 국민들은 그 배경이 무엇인지,궁금해 하고 있다. 겉으로는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 때 노동부 장관이 조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투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장관이라면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한번쯤 문상을 하는 게 기본적 인사치레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방장관은 총기난사 사건 때 조문을 다녀온 것은 물론 사의표명까지 했는데 노동장관은 노총 간부의 죽음을 모른 척 할 수 있느냐는 불만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별다른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노동자의 죽음에 노동장관이 일일이 문상을 다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항변하고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투쟁방식에 대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이용득 위원장이 금융노조위원장 시절 벌였던 투쟁방식을 중앙무대에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하고 노사정위 탈퇴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든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면 전환용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간부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조직 자체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인가 국면을 전환시킬 카드를 찾다가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란 얘기다. 조직 구성원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투쟁성을 자랑하는 이 위원장에게 호기를 제공한 게 틀림없다. 그는 많은 간부들의 반대에도 불구,결국 불퇴전의 항전을 외치며 총파업 투쟁 선봉에 나섰다. 한국노총 내 최고 매파인 그는 2000년 금융노조위원장시절에 금융산업 구조조정 반대 파업을 이끌며 두차례나 구속된 전력이 있다. 지난 96년 '노동법 개악투쟁'땐 한국노총 투쟁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노총과의 연대총파업을 성사시킬 정도로 파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는 투쟁노선으로 한국노총의 운동기조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린 적이 있다. 국면전환의 필요성에 위원장의 투쟁성이 더해지면서 조직원들을 파업 현장으로 내몬 셈이다. 한국노총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도 정부에 의존하고 억지를 부리는 듯한 구시대적 관행들을 과감히 버릴 때가 됐다. 파업을 무기로 명분이 약한 사안을 들고 정권 퇴진이니,노동장관 퇴진이니 소리를 높일 경우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신뢰만 잃을 뿐이다.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한국노총의 운동기조에 대해 '어용'이라는 비아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는 강경 좌파세력들의 공세일 뿐이다. 한국노총은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협력적 노동운동을 복원해야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을수 있을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