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혼란스럽기만 한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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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정책 당국간 이견에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수정돼 시행되지 못했거나 보류됐던 부동산 대책들을 회생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방안을 검토하고 있는가 하면,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종합부동산세법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당정은 최근 스스로 강화시켰던 재건축 규제를 다시 완화해 수도권에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혼란스런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고 투기를 막는 일에 정부 여당이 갖가지 대책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건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 상황 등을 감안해 폐기했던 대책들을 임기응변식으로 회생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한마디로 혼란의 극치(極致)다.
정부 스스로 오락가락하는 건 물론이고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대통령까지 반대했던 정책을 되살리려는 것은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비켜가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종합부동산세제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이와 다를바 없다.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제시했던 부과대상(국세청 기준시가 6억원 초과)과 세부담증가 상한선(100%)을 여당 스스로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각각 9억원과 50%로 완화해 통과시켰다가 이번엔 다시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행착오는 서민주택 공급이 우선이라는 이상에 치우쳐 수요가 몰리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는 등 세제 위주의 대증요법에 치우친 결과라고 본다. 특히 집값 폭등은 투기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저금리와 각종 개발정책의 남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에도 세금중과와 재건축 규제 등에만 매달려온 것은 정책의 빈곤(貧困)을 실증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제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책을 폐기하거나 채택하는 임시방편식 대응을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예측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대책이라도 국민과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