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주가'. 증시에 떠오른 새로운 화두다. 투신사가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투신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투신사가 지분을 5% 이상 사들였다고 신고한 종목은 빙그레 등 12개나 된다. 연초만 해도 몇개 안됐다. 적립식 펀드를 통해 들어온 막대한 자금을 활용,그야말로 시장의 큰 손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외국인이 계속 팔아치워도 투신이 물량을 거뜬히 소화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외국인이 가지고 있던 '주가 결정권'을 되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막강해진 '투신의 힘' 현대백화점H&S 주가는 올해 '색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인이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보유 지분을 28.35%에서 16.47%로 절반 가까이 매각했는 데도 주가는 1만8500원에서 4만6500원으로 151.4%나 뛴 것. 주가를 떠받친 세력은 바로 투신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 기간 현대백화점H&S 지분을 8.60% 사들였으며 대한투자신탁운용도 보유 지분을 6.20%에서 8.66%로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는 했지만 한때는 지분율이 5.6%에 달했다. 유한양행 인터파크 등도 외국인 매도속에 투신의 힘으로 주가가 오른 경우다. 투신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2조5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에서 1000포인트대에 안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범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개인들의 투자문화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뀌면서 국내 증시도 선진국처럼 투신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작년 말 8조5321억원에서 현재 13조583억원으로 4조5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5% 이상 보유 종목도 속출 이처럼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투신도 외국계 펀드처럼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종목이 늘어나는 추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신이 지난 6월 한 달간 보유 지분을 1%포인트 이상 대량으로 늘린 종목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모두 23개에 달한다. 특히 거래소 기업인 빙그레 동화약품 유한양행 중외제약 대덕GDS 동일산업 태경화학,코스닥 기업인 CJ홈쇼핑 삼영이엔씨 아모텍 인터파크 파워로직스 등 12개사의 보유 지분을 6월 한 달간 5% 이상 늘렸다. 특히 그동안 소외받던 우량주들이 투신의 매수 강화로 햇살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주목거리다. 태경화학 유한양행 국보디자인 등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아 항상 저평가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던 종목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외국인에게 빼앗긴 증시 주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