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대형 참사는 뉴미디어를 띄운다. 마르코니의 무선전신은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과 생존자 명단 타전에 이용되면서 유명해졌고,라디오는 2차 대전 전황 보도와 함께 전 세계에 보급됐다. 베트남전은 TV전, 걸프전은 CNN으로 대표되는 케이블TV전이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매체로서의 힘을 발휘한 건 90년대 초.슬로베니아와 유고의 전쟁 당시 슬로베니아 학생들이 유고군의 만행을 고발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코소보전과 아프간전을 거치면서 인터넷은 자연재해 테러 등 지구촌 방방곡곡의 사건 사고를 가장 빨리 전하는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쓰나미) 때는 카메라폰이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의 참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언론 종사자들이 달려올 새 없이 벌어진 사태를 찍어 전달한 것이다. 7일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의 생생한 현장 사진과 동영상 또한 대부분 카메라폰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자욱한 연기 속에 머리를 감싸안은 채 대피하는 승객의 행렬,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사람들의 두려움에 질린 얼굴, 불에 탄 버스,피투성이가 돼 걸어가는 모습 등 테러의 끔찍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 사진들이 카메라폰에서 곧장 방송사나 신문사 웹사이트로 전송돼 즉각 전세계 언론과 인터넷에 떴다.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편리함과 위험이라는 두 얼굴을 지닌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물론이요,TV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이 상호 감시 기능에 따른 투명한 사회 건설에 이바지할지,아무도 믿지 못하는 끔찍한 빅 브라더의 세상으로 끌고 갈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카메라폰이라고 다를 리 없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개똥녀 사건'과 런던테러 현장 중계에서 보듯 폰카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부정적 사용을 막기 위해 찍을 때 '찰칵'소리가 나도록 만든다지만 크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세상 어떤 일에서도 규제가 이기적 목적을 누르기는 어려우므로.모든 건 인간의 양심과 양식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