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대학의 연구·개발(R&D) 산업화 수준이 미국 대학에 비해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기초기술 개발 중심으로 짜인 기존 이공계 대학의 R&D를 산업화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기술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48개 대학이 지금까지 산업체 등에 기술 이전을 해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은 모두 173억원으로 미국 하버드대가 2003년 한 해 동안 거둔 수입 1780만달러(약 190억원·기술료 수입 순위 13위)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공계 대학들은 보유한 기술 1만3644건 중 12.1%인 1121건만을 기업 등에 이전하는 데 그쳐 미국 28%,영국 29%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기술료 수입을 대학별로 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80억6200만원으로 1위에 올랐으며 2위 포항공대(15억5900만원) 3위 한양대(9억8800만원) 4위 서울대(8억1000만원) 5위 경희대(7억3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국내 1위 KAIST의 기술료 수입 80억6200만원은 미국 컬럼비아대가 2003년에 기술료로 번 1억4100만달러(약 1500억원)의 5.5%에 불과하며 27위인 유타주립대의 한 해 수입 801만달러(약 80억5000만원)에 겨우 맞먹는 수치다.


기술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력과 연구 개발력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이공계 대학 R&D가 산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의 R&D 방향이 실용화 상업화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대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거래소는 이번 조사에 포함된 4년제 이공계 사립대 115개 중 61%인 79개대가 기술 이전을 한 실적이 없었고 국공립대 33개 가운데 45%인 15개대도 기술 이전 경험이 전무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박사급 인력의 80%가 모여있는 대학의 연구성과가 사업화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게 국내 기술개발의 큰 문제점"이라며 "대학에서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학 교수 등 관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기술료로 3661억원을 벌어들여 가장 많았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174억5300만원) 한국전기연구원(142억8300만원) 전자부품연구원(141억6000만원) 한국화학연구원(128억6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