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값은 끝없이 오르는데 조종사들은 파업이나 한다고 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초 '가뭄 끝 단비'와 같은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항공화물 운송실적에서 대한항공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낭보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날아든 것. 특히 지난 19년간 1위를 지켜온 독일 루프트한자를 처음으로 따라 잡은 것이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얼마나 기다렸던 소식이었나. 그러나 조 회장은 이런 기쁨을 만끽할 겨를조차 없다고 한다. 항공유값은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고 수출화물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수기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게 위안이다. 올 여름 조 회장은 '고유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상반기 유류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늘 정도로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연간 유류비 추가 부담액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솟는 유가는 항공사엔 불가항력적인 것.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고유가 극복을 위해 그가 내세운 슬로건이 '10-10-10' 전략.조 회장은 매출 10% 증가,생산성 10% 향상,비용 10% 절감이라는 이 전략을 하반기에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항공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중근무제'를 도입한 것은 '10-10-10' 전략의 하나에 불과하다. 대외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할 수는 없는 일.조 회장은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되 성장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올해 항공기 선박 등에 대한 9000억원대의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요즘 머리 속에서 중국과 인도를 자주 떠 올린다. 여객 수요도 확대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중국과 인도가 쏟아낼 항공화물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렵게 따낸 '세계 화물항공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두 나라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선 향후 현지 항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화물수송 시장에 뛰어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인도에서도 항공노선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하반기 초대형 화물기인 B747-400ERF 2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화물기를 B747-400F로 단일화해 화물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을 통해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하려는 조 회장의 꿈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