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000년 이후 '공식적인' 여름 휴가가 없었다. 정 회장은 '일이 곧 휴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CEO(최고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정 회장은 올해 5년째 '휴가없는 여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하순 준공식을 갖고 가동 중인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비롯한 해외 주요 공장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느라 특별히 여름 휴가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름 사나이' 정몽구 회장 '현장경영'으로 유명한 정몽구 회장은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지난해 13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던 정 회장은 올들어서도 해외 공장이 있는 터키 앨라배마 중국 등을 몇차례 다녀왔다. 특히 중국과 미국을 각각 두 차례 방문,현지 공장을 점검했다. 올 여름도 '여름 사나이'라 불릴 정도로 바쁜 행보가 예상된다. 올 여름 정 회장의 구상은 앨라배마를 비롯한 해외 공장의 생산성 향상과 지속적인 품질개선에 집중될 전망이다. 고유가와 환율변동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구축과 체질개선 등도 관심사다. ◆앨라배마 생산성을 세계 최고로 높여라 현재 정몽구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앨라배마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이다. 일단 국내 기업의 첫번째 미국 현지 생산기반인 앨라배마공장이 아직까지 목표만큼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장이 완벽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앨라배마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60% 안팎에 그치고 있다. 공장 가동 초기인데다 현지에서 채용한 근로자들의 숙련도도 아직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각종 첨단설비를 갖춘 앨라배마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시간당 생산대수(UPH) 73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앨라배마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쏘나타 Made In USA'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매일 보고받으며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앨라배마공장의 생산현황뿐만 아니라 품질현황,기타 세세한 부분까지도 일일이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아차 품질 수준 더 끌어올려라" 정몽구 회장은 상대적으로 판매 부진과 상반기 실적 저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아차 살리기'에도 공을 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오는 1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기아차의 대형 미니밴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는 정·관계와 재계의 주요 인사들에게 '그랜드 카니발'을 적극 홍보하면서 기아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에도 중국 광저우자동차와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 조인식을 갖기에 앞서 기아차의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차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제2공장의 착공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내수부진 수출로 만회하라" 정몽구 회장은 이달 말께 열릴 해외 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수출 확대를 독려할 예정이다. 특히 각 해외 공장의 생산운영 현황 및 하반기 판매 계획 등을 상세히 보고받고 보완책 등을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매년 해외 법인장 회의에 참석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내수 판매 신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 회장이 수출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을 적극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경기회복 지연 등의 여파로 최근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당초보다 5% 하향 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 활성화로 내수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