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을 중시하는 시각과 정책이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두고 1980년대 초의 '레이거노믹스'에 이어 '신공급 중시 경제학'이라 부른다.


가장 왜곡 정도가 심한 증시에서는 주식의 품귀 현상까지 일고 있다.


주식 수요는 간접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꾸준히 늘고 있으나 주식 공급은 기업들의 과다한 현금 보유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세계적으로 경기나 기업 실적과 같은 기초 여건이 크게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 시장도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수급이 흐트러지면서 정책 금리가 오르는 속에 장기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미스테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만기 이전에 상환(buy-back)하는 계획에 따라 채권 공급이 줄었다.


반면 채권 수요는 GM 사태 이후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높아지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상품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갈수록 가채매장량 축소와 산지의 조절책 등으로 원자재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국 등의 실수요가 증가하고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펀드들의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요즘 상품시장의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도 어느 시장 못지않게 수급이 흐트러져 있다.


특히 주택 시장이 심하다.


다른 시장과 달리 주택 공급은 늘고 있으나 금융회사 부채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이 보편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해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 변수는 더 이상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얼굴이 되지 못한다.


또 가격 변수에 거품이 낀 상태에서는 각 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애널리스트와 전망 기관들이 무기력화되고 '경제학의 혼돈 시대(Chaos of Economics)'를 맞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올 9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경제학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일종의 '히스테리'라 불릴 정도로 시장과 경제가 반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데에는 저금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때문에 각국들이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제해 나가고 있으나 종전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른바 '수요의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 of demand)'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정책 당국자를 더 당혹스럽게 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들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시장의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상장 비용 경감을 통해 주식 공급을 늘려 나간다든가,미국 등 선진국들의 30년물 국채발행 부활과 50년물 신규 국채발행 구상 등이다. 또 원유 등 국제원자재 시장에서는 수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아웃소싱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우리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시장 왜곡과 경제불안 정도가 심하다.


이런 상황에 맞서 세계 각국들의 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현실 인식과 정책 방향은 우리 경제 각료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