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의 구상] 이건희 삼성회장 .. "삼성만의 밀라노 프로젝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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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 마켓을 찾아라.그리고 디자인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하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올 여름 구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이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의 경영여건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밀라노와 베트남에서 '해외 경영전략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 회장은 올 여름 동안 하반기 및 내년 이후 불확실한 시장을 견뎌낼 경영전략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소프트 경쟁력을 통한 장기 경쟁력 확보
이 회장의 올 여름 구상의 핵심은 '소프트 경쟁력 강화'로 예상된다.
올해 밀라노와 베트남에서 열린 해외경영전략 회의에서 이 회장은 삼성이 기업 규모나 기술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으나 앞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디자인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역량 강화가 곧 그룹 매출을 최대화하는 길이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 전략회의'는 하반기는 물론 내년 이후 이 회장의 그룹 경영전략의 핵심.이 회의에서 이 회장은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4대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지난 96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데 이은 '2기 디자인 경영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최고 경영진부터 현장 사원까지 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삼성 제품을 품격 높은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월드 프리미엄 제품을 키우기 위해선 디자인 브랜드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해 기능과 기술은 물론 감성의 벽까지 모두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머징 마켓 공략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태국 사하공단에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들어갔다.
이어 11일에는 베트남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사업전략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IT와 가전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방안을 모색했다.
중국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과 토종업체들의 공격적 행보로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만큼 새로운 잠재력을 갖춘 동남아 시장에 적극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전략은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 개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시장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이같은 전략은 동남아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달 태국사업장을 방문한 이 회장이 "동남아 시장에서 삼성 제품의 성능과 기술 경쟁력은 일정 수준에 와있는 만큼 앞으로는 브랜드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경영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회공헌 활동 강화로 국민 신뢰
경영 및 사업전략 수립과 함께 이 회장은 올 여름 그룹 이미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고려대 사태'이후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적극 대처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정서적으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는 실천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지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한층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