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하금융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긴축 조치로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제때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급증한 데다 개혁개방 이후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워온 민간자본이 예금금리가 낮은 은행 대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하 금융으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금융의 수요와 공급이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진출 외국기업이 52만개(5월말 현재)에 이를 만큼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폭이 작아 해외로의 송금이 힘든 것도 지하금융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 지하금융 어느 정도인가


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의 관리 쑨위안위안(孫媛媛) 등은 최근 월간 '중국 금융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하금융 규모가 연간 2000억위안(약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 수준이다. 지하금융이 급성장한 것은 최근 수년래 일로 1999년 이전만 해도 주로 개인이 참가하고 건당 거래단위도 수천∼수만위안에 불과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유기업과 외국기업도 지하금융을 이용하고 건당 거래 규모도 수백만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금융 경로 유형은


베이징 안나정보그룹은 "지하금융 2000억위안 가운데 외국기업의 불법 송금이 1000억위안(약 12조50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밀수 자금과 부패자금의 세탁규모도 각각 700억위안,300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진출 외국기업이 중국 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당국에는 축소 보고하고 나머지를 몰래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 지하금융을 이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속칭 환치기를 하는 것이다.


지하금융은 위안화 절상을 겨냥해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투기자본의 불법유입 통로가 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지하금융의 성장이 자칫 투자과열을 불러일으켜 정부의 긴축효과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금융 위기와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하금융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함께 연내 민간자본에 대금업을 허용해 지하금융 양성화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