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신 < 한국선박운용 사장 enlinje@dreamwiz.com > 회사 생활 15여년 만에 막 부장으로 진급했을 때의 일이다. 후배들과 반주를 한 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강 다리를 넘어 가던 중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녁 내내 후배들에게 한 말이 모두 과거형 어미로 끝났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예를 들면 "내가 대리 때는 열심히 일했다" "나는 과거에 그랬지"식의 말들이었다. 미래형 종결 어미로 말을 끝낸 적도 있었다는 기억이 났다. "나중에 크면…" 혹은 "나중에 진학하면…" 등 미래에 대한 계획을 주로 말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내 화법은 미래형에서 과거형으로 바뀌었는지,미래를 향한 모습이 어느새 과거를 향하게 됐는지,이제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말인지 하는 등의 의문이 들었고 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오,이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일을 내일도 하는 것 말고는 내 미래의 모습은 없었다. 과거형 어미로 말을 끝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개인적인 비전이 없었다. 그 다음날부터 자기 부정,자기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중학생 아들에게 서태지 테이프를 빌려 랩송 연습하기(정말 힘들었다),묵혀 두었던 취미를 끄집어내 프로 수준으로 갈고 닦기(조금 쉬웠다),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기(끈기가 필요했다),온라인 하이텔 동호회에 가입하고 활동하기(오프라인 모임에는 못 나갔다) 등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을 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노력들은 어느 정도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 준 것 같다. 이제는 3년 뒤,5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갈 것이며,어떤 일에 흥미를 가지고 천착하고 있을지 대강 알 수 있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회사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회사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의 계획을 조직원 모두가 참여해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개인이 모인 곳이 회사이므로 이 일은 분명 보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