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링 위에 올라가 엉덩이를 좌우로 한 번씩 흔들어 주면 관객들은 그냥 쓰러지지요."


늘씬한 몸매에 아슬아슬한 핫팬츠 차림을 한 복싱경기장의 '꽃' 라운드걸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단 두 명뿐인 '라운드맨' 중 한 사람인 전석민씨(28)의 여성 관객 유혹법이다.


라운드맨으로서 전씨의 특기는 근육질의 몸매 과시가 아니라 재즈댄스 섹시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사각의 링은 저의 독무대인 셈입니다.라운드마다 휴식 시간 1분 동안 끼를 맘껏 발휘해 관객,특히 여성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지요."


라운드걸이야 복싱의 주 관객층인 남성들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약방의 감초격으로 필요하다지만 도대체 누가 라운드맨에게 관심을 갖겠느냐고 물어봤다.


"여자 복싱과 이종격투기 대회가 일반화되면서 여성 관객층이 상당히 두터워졌어요. 히 여고생 출신 복싱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여고생 관객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어요.이제 여성 관객들도 라운드맨을 보며 즐길 때가 됐지요."


전씨는 지난해 12월 김주희 선수(세계여자복싱협회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의 타이틀매치 때의 감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링 위에 올라서니 관객 중 절반이 여고생인 거예요.요염한 포즈를 살짝 취해 줬더니 난리가 나더라고요."


실제 싸이월드에 개설한 그의 홈페이지에는 고정 팬이 생길 정도로 여고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금은 이렇듯 즐겁게 살고 있지만 사실 전씨가 라운드맨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모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뽑혀 활동했지만 몇 차례 단역 출연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어서 대학 졸업(매체공학과)을 앞두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 속에 방황만 거듭했다.


그러던 전씨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2003년 겨울 '라운드맨 선발대회' 공고였다.


이 대회에서 3위로 입상해 라운드맨으로서 첫발을 내딛는가 싶었다.


그러나 전씨를 고용한 프로모션 소속의 복싱선수가 돌연 잠적해 버려 그 꿈도 무산됐다.


결국 전씨는 2004년 2월 대학 졸업과 함께 광고대행사에 취직해 평범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넘치는 끼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전씨는 업무상 알게 된 방송사 PD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라운드걸이 아닌 라운드맨이면 방송에서 다루기에 재미있겠지요.제가 이종격투기 경기장에서 라운드맨으로 설 테니 방송에 한번 내보내 주시지요."


소재 발굴에 애를 먹던 PD는 전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씨가 다시 링위에 서는 장면은 TV에 방송됐다.


전씨는 라운드 팻말을 들고 링 위를 한 번 돌고 내려오는 라운드걸과 달리 재즈댄스 섹시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개발,자신의 경쟁력을 키워갔다.


덕분에 몇몇 프로모션에서 전속 계약 제의가 들어왔고 의상 협찬도 받을 정도가 됐다.


요즘은 평균 한 달에 한번 정도 링 위에 선다.


여자복싱대회나 이종격투기대회가 단골 무대인데 대회당 50만원가량 받는다.


전씨는 최근 한 유통회사로 옮겼지만 라운드맨을 세컨드 잡 삼아 링 위에 계속 설 생각이다.


"프로정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일반 관객들의 고정관념 선입관 등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지요."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