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마케팅] 고객의 마음 훔쳐 '평생단골'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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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국내 대표적인 명품백화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이곳에서 연간 360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VVIP(초우량고객)들은 전체 카드고객의 1%인 400명 선. 하지만 이들이 압구정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2.9%에 이른다. 1%의 극소수 고객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셈이다. 이들은 강남지역에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명백화점이 있는데도 굳이 갤러리아만을 고집하는 '충성파'들이다.
사례2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멤버십 카드를 이용한 영화관 패밀리레스토랑 할인혜택 등 고객만족을 위해 약 2000억원을 쏟아부은 지난해 이동통신 번호이동제도가 시작되자 고객의 2~3%가 경쟁통신사로 넘어갔다. 다른 통신사들이 제시하는 갖가지 유혹에 단골고객들이 '변심'한 것.
위 두 사례는 기업들의 대(對)고객 마케팅이 단순히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에 머물 때와 고객충성(customer loyalty)으로 진화했을 때 나타나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무한경쟁의 기업환경에서 고객로열티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단골장사가 최고'라는 간단한 지혜가 대기업의 마케팅 향방을 결정짓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비용은 단골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배가 더 든다.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은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도 위력을 발휘한다. 국제적 컨설팅회사인 베인의 프레데릭 라이히헬드 부사장은 "신용카드회사의 경우 단골고객 5%를 추가로 유지하면 회사수익은 2배가 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들은 웬만한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충성고객'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 실시 이후 각 이통사들은 예상못한 고객들의'이탈'을 톡톡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올초 조직을 개편하면서 고객충성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팀의 이름을 아예 '로열티 마케팅 기획팀'으로 바꿨다.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일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부서를 만들어 1800만명 고객을 '평생단골'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초고속인터넷망을 빌려주는 통신사도 단골고객 모시기에 분주하다. 경품만 제공하면 바로 서비스회사를 바꾸는 '뜨내기' 손님들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시장 2위 하나로텔레콤은 1위 KT의 아성에 도전하는 동시에 신규진입을 하는 파워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부터 '로열티 태스크 포스 팀'을 별도로 구성,고객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안면 있는 설계사나 대리점을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던 고객들이 비용이 싼 온라인자동차보험사로 옮겨가자 보험사들도 고객 로열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대리점 보호를 위해 온라인보험업 진출에 주저하던 대형사들은 온라인사업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LG화재는 '다음'과 제휴해 별도 회사를 만들었고 현대해상은 시범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화재만이 서비스능력과 브랜드의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좀 더 싼 가격을 찾아가는 고객에게 '비싸더라도 우리 서비스를 사달라'고 말하려면 그만한 서비스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고객충성 제고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기업들의 마케팅사고는 제품 중심(product value)에 머물렀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서비스하면 언제나 수익이 창출된다는 논리였다. 소비자 만족의 측면에서 모자랄 게 없지만 그 근본적 사고방식의 중심엔 여전히 공급자가 있다. 하지만 경쟁기업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고객이탈이 속출하는 현실에서 제품중심의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고객중심(customer value)의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세계화 개방화로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고객만족 서비스나 고객정보를 파악해 접근하는 고객관계관리(CRM) 수준으로는 영원한 단골로 잡아두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들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마일리지 제도를 확대하거나 '우량단골고객'만을 위한 서비스 제공은 기본이다.
VIP(우량고객)를 넘어 VVIP(초우량고객) 우대서비스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시때때로 이벤트를 통해 할인 무이자 혜택과 휴가지 할인 등 각종 부대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일리지적립 포인트 제도와 함께 주택 자녀대학자금 마련 등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부가서비스 개발에 기업들이 힘을 쏟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